실제 전자업체들의 피해는 현실화하고 있다. 멕시코 티후아나에 있는 삼성전자 TV 생산 공장은 이번 사태로 가동에 일부 차질을 빚었다. 이 공장은 한국에서 부품을 가져다 조립해서 파는데 한진해운 사태가 터지면서 부품이 미국 롱비치 항구에서 한동안 묶여 있었다. 삼성전자 측은 “야간에 배가 들어왔는데 밤 사이에는 억류가 돼 있어서 물건을 풀지 못하다가 아침에 하역해 티후아나 공장으로 보냈다”고 했다.
LG전자는 한진해운 예약 물동량을 취소한 뒤 대체 선사를 알아보고 있다. 현재로서는 한진해운 소속 동맹선사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도 대체 선사를 찾고 있다.
현재 국내 가전업계의 한진해운 수송 비중은 삼성전자가 40%대, LG전자는 20% 초중반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해운 의존도가 10% 미만인 동부대우전자도 선사 교체를 포함해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부산 신항도 큰 혼란을 겪고 있다. 현재 터미널 운영사들에 하역료와 보관료를 현금으로 주지 못해 부산신항에서 발이 묶인 한진해운의 컨테이너는 20피트와 40피트짜리를 합쳐 1만3,000개(TEU)에 달한다. 기업별로는 항공수송을 고려하는 곳도 있어 최대 수십억원까지 비용이 증가할 전망이다.
대체 선사를 구한다고 해도 수출 일정에는 일부 차질이 불가피하고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무역협회가 1일 내놓은 ‘한진해운 법정관리의 무역업계 영향과 대책’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80%를 차지하는 13대 수출품목을 분석한 결과 해상운송을 주로 이용하는 일반기계와 석유화학(합성수지), 자동차 부품, 섬유 등 4개 품목에서 타격이 예상된다.
지난해 전체 수출액 중 해상운송이 차지하는 비중은 73%다. 전체 해상물동량 중 한진해운이 담당하는 비중은 약 6.6%다. 노선별 비중은 태평양 55.0%, 유럽 24.0%, 아시아 17.1%, 기타 3.9% 순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미주 노선을 중심으로 수출에 영향이 클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 일부 선사들은 이날부로 한진해운의 주력인 미 서부 노선의 컨테이너선 운임을 1FEU(4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당 1,600달러로 정했다. 전월 운임인 1,100달러보다 45%가량 오른 셈이다. 해운사들이 성수기를 맞아 한 달 전 화주들에게 통보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상승세를 탄 운임은 더 오를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무역협회는 1TEU(20피트 길이의 컨테이너)당 1,200달러였던 중국 상하이-미국 롱비치 노선 운임이 이달부터 2,200달러까지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