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국적 해운사, 글로벌 물류 경쟁에 동네북 될라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으로 시작된 물류대란이 글로벌 물류 쇼크로 번지고 있다. 대만 해운사 에버그린은 화주들에게 공문을 보내 “한진해운 화물을 에버그린 선박에 싣지 않고 당사가 운송하기로 한 화물도 한진해운 선박에 싣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K-라인도 같은 내용의 공문을 화주들에게 보냈다. 이는 한진해운과 같은 해운동맹(CKYHE얼라이언스) 소속인 두 회사가 선복 공유 중단을 선언한 것으로 애초 선복 공유로 물류대란을 막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무산됐다. 전 세계 항구에서는 한진해운 선박에 실린 화물 취급을 거부하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피해가 심각한 곳은 한진해운이 물동량의 7.8%를 담당하고 있는 미국의 태평양 횡단 항로다. 이 항로를 이용하는 미국 화주들은 미 상무부 등에 보낸 서한에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중대한 피해가 가시화하고 있다”며 “연방정부가 개입해 피해를 최소화하라”고 촉구했다.


정부의 기대와 달리 물류 쇼크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한진해운 사태는 역으로 머스크 등 글로벌 해운 공룡에 운임 인상과 새 항로 확보 등 치킨게임 승리에 따른 과실을 안겨주고 있다. 부산~LA 노선 운임은 1FEU(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1,100달러에서 1,600달러로 45.5% 올랐다. 화주가 한진해운과 같은 해운동맹 소속 해운사를 이용하려면 새로 계약을 해야 해 운임은 추가로 폭등할 수 있다. 현대상선은 머스크와 같은 해운동맹(2M) 소속이다. 머스크가 물동량 기준으로 10분의1 수준인 현대상선을 같은 해운동맹으로 받아들인 것은 한진해운 항로를 현대상선이 대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이 한진해운 항로를 대체하면 머스크는 앉아서 새 항로를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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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이후 한진해운을 이용하던 화주들이 현대상선으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는 해운시장의 특성을 모르는 한가한 소리로 한진해운 직원들이 대거 현대상선으로 옮겨가 영업을 지속하더라도 현대상선을 이용할 화주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결국 한진해운 사태에 따른 물류 피해는 커져만 가고 이 와중에 글로벌 해운 공룡의 시장 잠식으로 이제 하나 남은 국적선사마저 동네북 신세가 되기 직전이다. 긴급조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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