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 청년고용 걱정하는 기성세대들에 고함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노동법 전공

청년수당·취업지원금 등

현금으로 생색내기 전에

채용절차의 투명성 강화

중기-대기업 격차 해소로

청년 구직 의욕 높여줘야



추석이 두려운 것은 우리 시대 며느리들만이 아니다. 청년들도 그렇다. “취직은 했니?” “정규직이니?” 삼촌과 조카 사이에 오갈 이런 대화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제발 이번만은 삼가자. 통계청의 지난 6월 실업률 발표에 따르면 청년 실업률은 10.3%였다. 일반 실업률 3.6%의 세 배에 달한다. 체감 실업률은 그보다 훨씬 높을 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도 우울하다. 34개 OECD 회원국에서 한국은 청년 실업률이 상승한 5개 나라 중 하나다. 이쯤 되면 아재들에게는 ‘관심’일지 모르지만 청년들에게는 ‘상처’다. 용돈 챙겨준다고 반가울 리 없다.

그래서일까. 나라님들의 청년 고용 대책이 요란스럽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이 발단이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구직 청년들에게 최대 6개월 동안 월 50만원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중앙정부는 청년수당을 직권취소하고 대신 청년취업지원금 제도를 발표했다. 취업 성공 패키지 3단계 참여자에게 정장 대여료, 면접비 등의 실비를 최대 60만원까지 지원하는 내용이다. 서울시는 정부의 직권취소 명령에 법적 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합심해도 모자랄 판에 나라님들이 서로 옥신각신하고 있다. 심히 안타깝다. 우리 시대 청년들에게는 정작 ‘나라님들’이 걱정이라는 것을 ‘나라님들’은 알고나 있을까.

사실 청년수당과 청년취업지원금은 현금 지원 방식이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지원 액수도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사후 관리다. 서울시 청년수당은 영수증만 첨부하면 된다. 그만큼 단순하다. 귀에도 쏙 들어온다. ‘화끈’하지만 그래서 조금 찜찜하다. 그렇게 인심 팍팍 쓰기에 아직 우리 주위에는 극빈곤층 이웃이 너무나 많다. 한 푼이 아쉬운 그들에게 면목이 없다. 고용노동부의 청년취업지원금은 반대다. ‘미지근’하다. 돈이 허투루 쓰일 리는 없겠지만 그래서 쉬이 와 닿지가 않는다. 정책의 ‘딜레마’다.


정책의 우열을 평하기에 앞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현금 지원 정책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묘한 속성 때문이다. 한 번 실행하고 나면 멈추기가 쉽지 않다. 어느 한 지역에서 하면 다른 지역에서도 하지 않을 수 없다. 복지 제도에의 맹목적 의존도를 높일 수도 있다. 분명히 하자. 청년 고용 정책의 핵심은 ‘자발적 구직 의욕’을 높이는 데 있어야 한다. 따지고 보면 구직 청년을 좌절시키는 요인은 따로 있다. 현금으로 생색내기 전에 그런 요인들을 먼저 제거해주는 것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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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채용 절차의 ‘불공정성과 불투명성’이다. ‘잘나가는’ 아버지 덕에 손쉽게 취업하는 세태는 청년들의 구직 의욕을 단숨에 꺾어버린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아예 구직 서류에 가족사항 기재를 엄격히 금지하면 어떨까도 싶다.

채용 문화의 왜곡도 문제다. 외모 지향적이고 스펙 일변도다. 직장을 구하자면 성형수술도 하고 정장도 새로 사야 한다. 학벌도 모자라 그럴싸해 보이는 외국 경험도 필수다. 오로지 ‘보여주기식’ 스펙 쌓기에만 몰두하고 있다. 가난하면 구직도 포기해야 할 판이다.

특히 일자리의 ‘격차’야말로 구직 의욕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다. 격차는 노동 시장을 황폐화시키고 있다. 임금도 낮고 고용도 불안하며 정규직의 묘한 시선도 감내해야 한다. 그런데도 기성세대는 그저 눈높이를 낮추라고만 한다. 염치없는 일이다.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해소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줄이는 일이야말로 진짜 청년 고용 대책이다.

우리 시대 청년들을 위로한다고 기성세대가 난리법석이다. 제발 걱정하지 마시라. 청년들은 건강하고 긍정적이고 합리적이다. 고용의 담을 높인 것도 기성세대요 사다리를 걷어찬 것도 기성세대다. 문제도 답도 실은 기성세대에게 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노동법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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