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중국 ‘화장실 혁명’



수년 전 중국 베이징에 출장 갔을 때 현지 화장실을 보고 크게 당황한 적이 있다. 급하게 공중화장실을 찾아 들어갔는데 구조 자체가 우리나라와는 딴판이었다. 어릴 적 경험한 우리 ‘푸세식’ 화장실보다 환경이 열악했다. 무엇보다 화장실 문이 딱 몸통 중간만 가리고 머리와 다리 쪽은 다 보였던 것은 ‘문화 충격’이었다. 볼일을 보면서 혹시 옆 사람과 눈이라도 마주칠까 노심초사한 기억이 새롭다.


수도 베이징이 이 정도니 다른 도시들의 화장실 사정은 불을 보듯 뻔했지 싶다. 이런 중국의 후진적 화장실 문화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은 것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다. 벤치마킹 대상은 한국의 화장실. 우리 화장실 문화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확 바뀌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친절·질서·청결을 모토로 시민단체·언론 등과 함께 문화 시민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했는데 청결한 화장실을 만드는 것도 핵심 과제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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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중장년층은 아름다운 화장실 공모전, 낡은 화장실 고쳐주기 사업 등을 들어봤을 것이다. 한국의 화장실은 월드컵 후 다양한 국제 행사를 치르면서 환골탈태에 성공했다. 베이징 올림픽을 전후해 많은 중국인이 한국의 화장실을 배우자며 찾아온 이유다. 하지만 이런 모습도 옛일이 되고 있다. 중국 국가여유국(관광공사)이 3개년 계획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중화장실 개선 캠페인으로 중국에 ‘화장실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는 외신 보도다.

장쑤성 경제개발구에 최근 문을 연 공중화장실에는 현금인출기·음료자판기에 수유실까지 갖춰져 있다. 무료 와이파이는 기본이고 한편에 마련된 열람실에는 벽걸이 TV와 일간신문도 비치돼 있을 정도다. 베이징시에는 ‘제5 공간’이라는 이름의 고급 화장실 100여곳이 만들어졌는데 중국 정부는 유명 관광지와 관광식당 화장실 신설과 개조에 올해에만 2조원 이상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제는 우리가 중국 화장실 문화를 배워야 할 차례인지도 모르겠다. /임석훈 논설위원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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