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형 신임 대법관이 “법관들의 믿음과 일반 국민들의 인식 사이에 가로놓여 있는 단단한 벽을 허무는 일을 하지 않고서는 사법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며 사법 신뢰가 무너진 현재 법조계의 모습을 짚었다.
김 대법관은 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사법부는 어느 순간엔 선망과 신뢰의 대상이었다가 어느 순간엔 불신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며 “법원에 대한 신뢰와 불신이 교차하는 이러한 모순적인 상황을 해소해야 할 어려운 임무가 현재의 우리 법원에 맡겨져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임 대법관의 이런 현실 인식은 최근 전현직 판검사를 비롯한 고위법조인이 연루된 비리 사건이 잇따라 불거진 데 대한 지적으로 풀이된다.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인 사법 신뢰가 최근 더욱 떨어져 위기 수준에 달했다는 지적이 법조계 내부에서조차 일고 있다.
법원의 경우 지난해 사채왕에게 뇌물을 받은 최모 판사에 이어 최근 현직 수도권의 김모 부장판사가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되는 사태를 맞으며 비상이 걸렸다. 법원은 이에 6일 전국법원장회의를 열어 관련 대책을 논의하는 동시에 양승태 대법원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법원장이 공개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것은 2006년 ‘법조 브로커 김홍수 사건’ 때 당시 조모 서울고법 판사가 뇌물을 받아 구속된 후 10년 만이다.
검찰 역시 검사장 출신 홍모 변호사와 현직에 있던 진모 검사장까지 각종 의혹에 연루되면서 자체 개혁안 마련에 나섰다. 다만 1일 검찰개혁추진단이 1차 대책을 내놓은 지 4일 만에 현직 부장검사가 돈을 받고 지인의 사건을 무마하기 위한 청탁에 직접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셀프 개혁 무용론’이 불거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검찰과 법원이 오히려 다른 외부의 견제와 감시를 덜 받는 구조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스폰서 검사 등의 문제는 근원적으로 막강한 검찰 권력 때문에 이와 결탁하려는 이들이 계속 나오는 것인데 검찰이 스스로 권력을 분산하기는 어려운 만큼 검찰의 자체 대책만으로는 개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원 역시 외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감찰만은 외부의 참여를 받아들여 강도 높게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