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제너럴리스트 vs 스페셜리스트

정양호 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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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미래사회의 특징은 기술혁신의 속도가 빠르고 부문 간 융복합이 일상화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어떤 유형의 인재가 더 경쟁력이 있을까. 제너럴리스트(generalist)일까, 아니면 전문가(specialist)일까. 기술의 변화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는 전문가가 유리할 것 같고 부문 간 융복합으로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측면을 감안하면 다양한 경험을 가진 제너럴리스트가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양면 때문인지 최근 인재이론은 양쪽이 적절히 조화된 인재상을 이상으로 제시한다. 경영전략전문가 조철선은 ‘T자형 인재’라는 책에서 국가와 기업을 이끄는 지도자,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재상으로 T자형 인재를 내세우며 이를 이공계의 미래로 제시했다. T자형 인재란 한 가지 분야의 전문성 또는 기술력(I)을 바탕으로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경험과 통찰력(ㅡ)을 모두 가진 자다. 특화된 능력과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넓은 지식을 갖춘 인재다.


T자형을 조금 변형한 개념으로 A자형 인재를 강조하는 사람도 있다. T자형에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합친 것이다. 또 어떤 이는 T자형처럼 한 가지 전문성보다는 두 개의 전문성(두 개의 기둥)을 바탕으로 이를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U자형 인재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U(Ubiquitous)라는 말처럼 ‘언제 어디서든’ 여러 전문성을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강조하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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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이 중요하냐, 경험과 통합력을 갖춘 다재다능자가 중요하냐는 질문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따지는 것과 비슷하다. 아이폰을 예로 생각해보자. 잘 알려진 것처럼 애플 제품의 강점은 디자인의 심플함이다. 과거에는 엔지니어가 제품에 대한 기술적 한계를 말해주면 그에 맞춰 디자이너가 작업하는 형태로 제품이 개발됐다. 하지만 이제는 디자인이 우선이고 거기에 기술이 따라가는 형태로 작업방식이 바뀌었다. 심플한 디자인에 맞춰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런 형식은 디자이너가 어느 정도 공학적 지식을 갖춘 T자형 인재가 됐을 때 가능한 일이다. 이때 엔지니어도 약간의 디자이너 지식을 갖춘 T자형 인재여야 다양한 방식의 융합이 가능해진다.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개별 제품보다는 플랫폼을 구축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능력이 각광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시각에서 융합의 효과에 대한 잠재력을 통찰하고 실현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할 것 같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전문성과 통합력을 가진 T자형에 하나의 요소가 더 필요해 보인다. 자신의 전문 분야와 타인의 전문 분야를 연결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이런 측면에서 T자형 인재도 이제는 전문성(I)의 끝부분을 약간 구부려 다른 부문과 쉽게 연결할 수 있는 갈고리를 만들어 가야 한다. 미래의 인재는 전문성과 다양한 경험과 기술을 긁어모아 결합하는 ‘정(丁)자형’ 인재다..

정양호 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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