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채권

"美 금리인상 전 자금 확보하자" 우량기업 회사채 증액 붐

LG전자 등 지난달 수요예측 7개사

예정보다 발행금액 4,300억 늘려

투자처 못찾던 기관 수요 몰려 인기



회사채를 발행했거나 발행 예정인 우량기업들이 대거 증액에 나서고 있다. 전반적인 회사채 발행 감소로 투자수요가 몰린데다 개별 기업들도 올해 안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전에 자금을 확보해 놓으려는 심리로 풀이된다. 투자수요가 이같이 확인된 만큼 9월 중 회사채 발행도 일단은 양호한 흐름이 예상된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지난달 19일부터 30일까지 회사채 수요예측을 시행했던 7개 기업(금융회사 제외)이 모두 수요예측에 성공하며 발행규모를 늘렸다. 애초 예정보다 늘린 발행금액이 4,300억원에 이른다. LG전자(066570)(신용등급 ‘AA0’)는 지난달 30일 3·5·7·10년물로 나눠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1조원 가까이 수요를 모으면서 발행규모를 2,500억원에서 4,6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렸다. 특히 만기가 길어 투자를 피하는 7·10년물도 각각 500억원이던 발행규모의 3배 안팎으로 수요가 몰리자 1,300억원·1,500억원으로 증액을 결정했다. 같은 날 수요예측을 했던 SK(003600)(AA+)도 총 3,000억원 발행에 7,400억원이나 몰리면서 1,000억원 증액 발행하기로 했다.

비우량등급, 일부 미매각 회사채의 증액 발행도 나타났다. 신용등급 ‘A+’인 SK인천석유화학은 지난달 26일 수요예측에서 단순경쟁률이 올해 들어 가장 높은 10.75대1을 기록하자 당초 800억원인 발행액을 두 배가 넘는 1,800억원으로 늘렸다. ‘BBB+’의 아주산업은 발행금리가 시가평가금리보다 30bp(1bp=0.01%포인트)나 낮게 결정되며 발행규모를 100억원 늘린 550억원으로 결정했다. 우량등급인 ‘AA-’임에도 부분적으로 수요예측이 미달한 LG상사(001120)도 1,000억원에서 1,200억원으로 증액 발행했다. LG상사는 700억원을 발행하려던 3년물에서는 900억원을 모았으나 300억원 규모의 5년물에서 100억원의 미매각을 냈다.


이 같은 인기는 한동안 회사채 발행이 전체적으로 줄면서 투자할 곳을 찾지 못했던 기관투자가들이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감원 자료를 보면 지난 7월 기업의 회사채 발행규모는 전월보다 37.6%나 급감한 1조3,940억원을 나타냈다. 그중에서도 AA급 회사채 발행이 73.0%나 줄어들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의 회사채 발행 확대가 투자수요를 어느 정도는 채워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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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줄일 것으로 예상해 미리 기관들이 회사채를 확보하려 한다”고 말했다. 발행기업들 역시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회사채 발행금리가 올라 금융비용 부담이 늘기 전에 재빠르게 자금을 조달하고 금리가 높은 기존 차입금을 갚으려 하고 있다. 회사채 발행을 늘린 업체들은 추가로 조달한 자금을 대부분 은행 차입금 혹은 기업어음(CP) 상환이나 추가적 회사채 차환에 사용할 예정이다.

앞으로 예정된 회사채 발행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신용등급 ‘AA-’의 CJ대한통운(000120)이 오는 12일 2,500억원 규모로 회사채를 발행하며 대림산업(000210)·한국토지신탁(034830)·SK해운·한양 등도 곧 회사채 발행에 나설 예정이다. 박진영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에도 견조한 투자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발행시장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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