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단독]한진 "물류피해 줄이자" 해운에 긴급 자금 수혈

수천억대 규모 조만간 발표

일본 도쿄지방재판소 한진해운 회생절차 승인

한진그룹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한진해운에 긴급 유동성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물류대란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정부 당국자들이 대주주의 책임을 거론하면서 전방위로 압박하자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한진으로서는 청산될 가능성이 큰 자회사에 대해 모(母)그룹이 돈을 떼일 각오를 하고 지원에 나서는 셈이다.

한진 측이 한진해운 지원을 전격 결정한데 이어 일본 도쿄지방재판소가 한진해운의 회생 절차를 승인, 사상 초유의 물류대란은 일단 한고비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은 한진해운발(發) 물류대란에 대응해 수천억원대의 자금과 담보를 신규 지원하기로 결정하고 이 같은 방안을 산업은행과 논의하고 있으며 금명간 발표할 방침으로 5일 확인됐다.

한진그룹 고위관계자는 “지난달 31일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때 ‘한진그룹이 해운사업 재활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이미 밝혔다”며 “해운물류 마비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이날 설명했다.

한진해운 선박은 이날 오후6시 현재 총 73척(컨테이너선 66척, 벌크선 7척)이 전 세계 곳곳에서 밀린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하역을 거부당하는 등 비정상적으로 운항되고 있다.

관심을 모았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재출연은 구체적으로 포함되지 않았지만 어떤 식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진행 중인 법원은 물류대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신규 자금 지원(DIP 파이낸싱, 회생기업에 대한 대출)이 최소 1,700억원 이상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정도 자금은 있어야 한진해운 선박에 실린 짐을 일단 항구에 하역하는 등 최악의 마비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채권단은 이 같은 법원의 분석에 “신규 자금 지원은 어렵다”고 완강한 입장을 고수해 한진해운 사태가 결국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왔다.

한진이 어려운 그룹의 재무사정에도 불구하고 한진해운 긴급 정상화 방안을 내놓은 것은 물류대란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조양호 회장이 경영권을 포기할 정도로 회사 사정이 어렵지만 한진이라는 브랜드를 믿고 화물을 맡긴 화주(貨主)와의 신뢰관계만큼은 지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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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도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진그룹과 대주주들이 사회적 책임을 지고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안전하게 화물을 운송할 책임은 당연히 한진해운에 있고 여전히 한진해운은 한진그룹 계열사”라고 한진 측의 적극적인 개입을 거듭 촉구했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한진해운 사태가 단순히 일개 기업의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까지 커지면서 한진 측도 그냥 넘어가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부채비율 1,000%가 넘는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통 큰 결단을 내렸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항항공은 지난 2013년부터 한진해운에 1조원 넘는 자금을 지원하며 ‘돈줄’ 역할을 해왔다. 비록 거절당하기는 했지만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해 마지막 수단으로 그룹 차원에서 내놓은 자구안도 대항항공 유상증자였다.

이 과정에서 한진그룹은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당장 한진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867%였던 부채비율은 올 2·4분기 1,100%까지 치솟았다. 대한항공의 올 상반기 반기보고서를 살펴보면 자본 1조9,318억원, 부채 21조4,133원으로 나타난다.

대한항공은 또 올 2·4분기 매출액 2조8,177억원에 당기순손실 2,508억원을 기록했다. 대한항공 측은 “비수기임에도 전 노선에서의 고른 수요증가에 힘입어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1% 증가했으며 영업이익 또한 흑자 전환했다”면서 “하지만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환산차손 발생 및 한진해운 관련 손실이 반영되며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은 한진해운에 대한 재무지원으로 부담이 가중되면서 3월 말 BBB+로 하락했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자금조달 금리가 올라 기업 재무에 또다시 악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다.

재계 일각에서는 한진이 최대한의 ‘성의’를 보여 한진해운의 회생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운업계 전문가들은 한진해운을 살리는 게 현재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저렴하고 확실한 대책이라고 본다.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상근부회장은 이날 서병수 부산시장이 주재한 한진해운 관련 민관합동 비상대책회의에서 “5,000억원을 조달해 한진해운을 살리는 게 지금 사태를 해결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김우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해사연구본부장 역시 “국가가 역할을 해야 한다면 지금이 적기”라며 “한진해운이 청산되면 국민총생산에서 사라질 부가가치가 1조원에 이르는 만큼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한진해운을 재가동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해운업계 고위관계자는 “한진 측이 사실상 한발 물러나며 양보한 만큼 정부도 파국 대신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일범·박재원기자 squiz@sedaily.com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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