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명품시계 ‘파텍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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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소더비 경매장에 오래된 회중시계 하나가 경매로 나왔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자그마한 시계였다. 이 시계의 낙찰가는 무려 2,398만달러(약 265억원). 15년 만에 시계 경매 최고가격을 갈아치우며 세계에서 가장 비싼 시계로 등극했다. 주인공은 스위스의 고급시계 메이커 ‘파텍필립’에서 만든 ‘헨리 그레이브스 슈퍼컴플리케이션’. ‘시계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파텍필립의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어느 순간 시계는 단순히 시간을 알려주는 액세서리가 아니라 패션의 완성인 동시에 지위의 상징이 됐다. ‘여자는 시계로 남자를 읽고, 남자는 시계에 자아를 담는다’는 말까지 생겼다. 명품시계 파텍필립을 차면 최고지위에 올랐다는 상징과도 같다. 유럽 왕족과 저명한 정치가·예술가·과학자들이 파텍필립을 애용한 것도 그래서다.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 음악가 차이콥스키, 미국의 대부호 록펠러,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 등이 단골고객이었다. 영화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남편 브래드 피트에게 50억원짜리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선물하고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해 노동당 기념행사에 파텍필립을 착용한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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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년 역사의 파텍필립은 희소가치를 지키기 위해 한정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연간 생산량은 4만5,000개. 가격은 최소 2,000만원대부터 100억원을 호가한다. 최고가 모델을 사려면 제네바 본사의 심사를 거쳐야 할 정도다.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재임 당시 파텍필립 제품을 다수 사들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이 그 행방을 추적 중이라고 한다. 주고받기 쉽고 되팔아 현금화할 수도 있어 권력형 비리사건에 뇌물수단으로 자주 사용되는 명품시계를 연임 로비용으로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남 전 사장은 구속됐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과연 어떤 권력자들이 이 명품을 차고 다니는지 궁금해진다. /이용택 논설위원

이용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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