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조성주의 스타트업 코칭] '믿을만한 사람' 인식 심어라

KAIST 경영대학 교수

<27> '창업팀을 본다'라는 말의 의미

투자자, 사업계획 실천에 옮길 '사람'에 관심

변화 대처 능력·역량·열정 충분히 피력해야

조성주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조성주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




“우리는 사업계획서도 보지만 그것보다는 창업팀이 어떤 사람들인지 더 중요하게 봅니다.”


‘투자 유치를 위한 사업계획서 작성법’ 강의에 강사로 나선 어느 벤처투자자의 말이다. 스타트업 K 대표는 이 대목에서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투자 유치가 필요해 사업 계획서 작성법 강의를 들으러 왔는데 창업팀이 더 중요하다니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거기다 창업팀을 본다니 무슨 기준으로 본다는 말인가? 투자 유치를 위한 사업계획서 강의는 본 적이 있어도 투자 유치를 위한 창업팀 만들기 같은 강의는 본 적도 없다. 대기업 출신, 외국 유학파, 명문대 출신을 선호한다는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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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팀이 누구인지 중요하게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 말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입장을 바꿔 자신이 엔젤투자자라고 생각해야 한다. 우선 사업계획서를 보게 될 것이다. 스타트업이 무슨 일을 하려고 하는지는 알아야 하니 말이다. 이 중 관심 있는 사업계획서를 골라 좀 더 자세히 볼 것이다. 여기까지는 사업계획서가 살아남아야 하니 잘 쓰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자는 이제 투자 결정을 할 수 있을까? 아니다. 현실은 경쟁사, 기술 변화, 대체재 출연, 법 제도의 변화 등 예측하기 어려운 다양한 변수로 이뤄져 있다. 창업팀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답을 찾아갈 수 있는 학습 능력과 인내심이 있는지, 제품을 제대로 만들 역량이 있는지, 열정이 충분한 사람들인지, 투자금을 요령 있게 잘 쓸 수 있는 사람들인지 알아야 한다. 투자를 결혼에 비유하는 투자자가 있을 정도로 사람에 대한 신뢰가 중요한 것이다.

세계 최대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Airbnb)는 창업 초기 사업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투숙객용 시리얼을 팔아서 버텼다. 그 이야기를 들은 폴 그레이엄 와이컴비네이터 대표는 ‘당신네 아이디어는 최악이지만 어찌됐든 죽지는 않겠어’라고 말하며 투자를 단행했다고 한다. 수사적 표현이 들어간 문장이지만 그들의 실행력을 높이 평가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자, 이제 창업자로 돌아와 보자. 처음 만난 투자자에게 어떻게 신뢰를 줄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는 과거에 성취한 일들이 기본이 될 것이다. 투자자가 신뢰할 만한 사람으로부터 소개 받고 만나는 것도 방법이다. 아무것도 해당되지 않는다면 한 가지 팁이 있다. 한번 만난 투자자가 사업에 관심을 보였다면 헤어진 후에도 정기적으로 사업 성장 과정을 공유하는 것이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한 일, 목표 대비 성장률 같은 것 말이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투자자는 점점 ‘이 회사가 계속 성장하고 있구나. 이 팀이 잘하고 있구나. 생각보다 괜찮네’하는 식으로 인식을 바꿔나가게 될 것이다. 투자 대상이 될 것 같은 수준에 올라오면 미팅을 요청 받을 것이다. 투자까지 연결되지 않아도 필요한 조언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필자 주위에는 이런 노력으로 결국 투자에 성공한 스타트업들이 여럿 있다. 스타트업은 끊임없이 도전하고 실행해서 일이 되도록 하는 것 아니겠는가. /sungjucho@business.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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