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두테르테에게 욕설 들은 오바마 "정상회담 취소"

'필리핀 마약과 전쟁' 갈등 표출

"오바마 레임덕 드러났다" 지적도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막말이 군사적 우방인 미국과의 정상회담까지 망쳤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욕설을 담은 표현을 했기 때문이다.

네드 프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라오스에서 6일 열릴 예정이던 “두 정상 간 양자회담을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고 이날 공식 발표했다.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은 라오스에서 개최되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첫날인 6일 두테르테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열 예정이었다. 문제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전날 라오스 출발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불거졌다. 기자들에게 “나는 미국의 꼭두각시가 아니다. (오바마가 마약과의 전쟁을 언급한다면) ‘개XX’라고 욕을 해줄 것”이라며 수위를 넘는 발언을 한 것.


두테르테의 발언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생산적인 정상회담만 한다는 점을 확실히 하고 싶다”며 “나의 팀에 양측이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두테르테의 발언에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회담 취소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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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상회의 취소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 이후 밀어붙이고 있는 마약과의 전쟁을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이 표면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1일 “오바마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과 관련한) 인권문제에 대해 말하기를 원한다는데 미국에서도 흑인들이 총을 맞고 있다”고 비꼬기도 했다.

정상회담이 무산되자 두테르테 대통령은 유감을 표명했다. 필리핀 정부는 공식성명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국 측에 마약과의 전쟁에 간섭하지 말라고 경고하려는 의도의 발언이 개인(오바마)에 대한 공격으로 비쳐 유감스럽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에 대해 일각에서는 임기가 불과 6개월도 남지 않은 오바마의 ‘레임덕’이 외교무대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때도 공항 측이 오바마 대통령이 도착했을 때 레드카펫이 깔린 이동식 계단을 제공하지 않아 “중국이 오바마를 홀대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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