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이대론 '청담동 주식부자' 또 나온다

지민구 증권부 기자지민구 증권부 기자


주식시장에서 일약 ‘스타’로 떠오른 ‘청담동 주식 부자’의 신화가 산산조각이 났다. 이희진 미라클인베스트먼트(이하 미라클) 대표는 금융감독원 조사에 이어 검찰에 긴급 체포됐다. 이 대표는 장외주식을 싸게 산 뒤 미라클의 유료 회원들에게 비싸게 팔아 최소 200억원 규모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대표는 금융당국의 손길이 닿지 않는 2개의 영역을 제대로 공략했다. 주로 사설 사이트나 중개인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는 장외주식시장은 이 대표가 뛰놀기에 적절한 공간이었다. 주가 흐름과 매매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코스피·코스닥 등 장내시장과 달리 장외시장은 금융당국의 감시 대상에서 완전히 벗어난 탓에 이 대표의 사기 행각은 전혀 제재받지 못했다.

금융당국에 신고만 하면 설립이 가능한 유사투자자문업자 제도도 이 대표가 투자자를 기만할 수 있는 적절한 환경을 제공했다. 이 대표가 정식 금융사를 운영하는 것으로 오해한 많은 투자자가 속았다. 실제 검찰의 긴급 체포 직후 많은 언론들은 미라클을 아직도 ‘투자자문사’로 표현하고 있다. 유사투자자문업자인 미라클은 널리 알려진 투자자문사와 달리 1대1로 자문은커녕 주식 매매 중개조차 할 수 없다.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지 않음은 물론이다.


이 대표는 미디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민감한 대중 심리도 교묘하게 잘 이용했다. 가난의 대물림 현상을 의미하는 이른바 ‘흙수저론’을 활용해 자신을 나이트클럽 웨이터에서 시작해 수천억원을 모은 자수성가형 인물로 포장한 뒤 방송에서 유명세를 탔다. 그는 유명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을 시도하고 직접 관련 콘텐츠를 제작해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SNS에 고급 차량이나 의류·전자기기 등을 자랑하듯이 게재하는 것은 일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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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는 주로 이 대표를 추종하고 부러움을 표시하는 댓글만 달렸다. 여론 관리를 위해 이 대표 본인과 그의 SNS 관리인이 부정적인 댓글은 즉각 삭제한 탓이다. 본인이 진행하는 방송에서는 투자 권유와 관련해 안 좋은 지적이 나올 때마다 해당 유료 회원의 퇴출을 유도하는 발언을 하고 정보를 더 이상 제공하지 않겠다는 겁박(?)도 서슴지 않았다. 자본시장의 사각지대에서 사이비 종교 교주처럼 위세를 부렸다.

제도상의 허점과 대중 심리를 이용해 ‘개미투자자’를 등쳐먹은 이 대표의 행태를 두고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성장·저금리 기조 장기화가 낳은 새로운 폐해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청담동 주식 부자 사건이 개인의 일탈과 투자자들의 판단 착오로만 내버려둘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또 다른 사이비 투자가 창궐하기 전에 제도적 보완이 시급한 때다.

mingu@sedaily.com

지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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