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009540)이 경쟁사보다 한발 빠른 구조조정으로 조선업계 불황에도 안정적인 영업실적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구조조정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고 수조원에 달하는 자구책을 마련해 불황 극복에 한발 다가선 것. 여기에 지난 분기 실적이 개선되는 등 가시적 성과를 나타내면서 한때 8만원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최근 2배 가까이 상승하며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중공업은 전 거래일 대비 1.75% 하락한 14만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8만원을 밑돌았던 주가는 지난 7월부터 연일 상승세를 보여 현재 2배 가까이 뛰었다. 6일에는 장중 한때 14만4,000원까지 올라 연중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초 10만원 초반대였던 현대중공업의 주가는 7월 말 2·4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하면서 상승하기 시작했다. 회사는 지난 분기 영업이익 5,572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흑자로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9조8,627억원으로 17.44% 감소했지만, 순이익은 3,923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해양사업의 대규모 손실과 반잠수식 시추선의 인도 거부사태 등이 발생하면서 대규모 적자에서 벗어나 어닝서프라이즈를 달성한 것이다. 특히 정유 부문에서 3,234억원을 기록,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나타냈으며 조선·해양·엔진 등 다른 분야도 원가 개선으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삼성중공업(010140)과 대우조선해양(042660)이 모두 영업적자를 달성한 가운데 일궈낸 쾌거로 평가된다.
주가는 최근 러시아 국영조선소와 상선 설계, 프로젝트 관리 부문 합자회사(JV) 설립을 추진한다고 밝히는 등 신규 모멘텀을 발표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4일 현대중공업은 러시아 최대 국영 자원개발 회사인 로스네프트와 협력 합의서를 체결했다고 공시했으며, 러시아 국영 선사인 소브콤플로트가 발주한 6억6,000만달러 규모의 유조선 12척 건조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주가가 30만원에 달했던 3년 전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하지만 실적개선과 호재가 겹치면서 증권가도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올해 3·4분기 현대중공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 분기 대비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목표 주가는 기존보다 21.4% 상향한 17만원을 제시했다. 김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3·4분기 매출액 9조7,305억원, 영업이익 3,490억원으로 안정적 실적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조선과 엔진 부문의 호실적과 비조선 제조 부문의 흑자기조가 유지되면서 정유 부문 수익 감소를 상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증권 역시 지난해부터 진행된 원가구조 개선 작업으로 올해 전반적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목표주가를 15만원으로 상향했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수주가뭄이 이어지겠지만 현대중공업을 업계가 불황을 극복했을 때 최후까지 살아남을 업체로 보고 있다. 이강록 교보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은 글로벌 1위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일부 사업부를 분할하는 등 매각을 진행 중이어서 기업 가치를 재평가 받을 것”이라며 “다른 조선소에 비해 불황에 버틸 수 있는 우수한 체력을 지녔다”고 설명했다. 또한 “올해 선박 발주량은 2008년 리먼 사태 때보다 저조해 더 이상 나빠지기 어렵다”며 “업황 회복까지 상당기간이 걸리겠지만 업황이 회복되면 살아남는 조선소로 수주가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