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지구의 속삭임>LP판에 담아 우주에 쏜 지구촌 인류의 메시지

<지구의 속삭임> LP판에 실린 70년대 지구 이야기

(칼 세이건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지난 1977년 8월20일과 9월5일 ‘여행자’라는 이름의 미국 우주탐사선 ‘보이저(Voyager)’ 1호와 2호가 나란히 우주로 발사됐다. 이들의 임무는 목성과 토성 등 태양계 바깥쪽 행성들을 관찰하는 것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들은 목성에도 고리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목성의 위성인 이오에서 화산활동을 목격했다. 토성 고리를 근접촬영해 우리들에게 영상으로 보내주었다.


두 ‘여행자’는 과학적인 우주탐사 측면을 넘어섰다.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는 우주 생명체에게 지구와 지구인, 그리고 문명에 대해 알려주는 ‘골든 레코드(golden record)’가 실린 것이다. 골든 레코드는 지름 30㎝의 금박 LP판으로, 혹자는 “LP판이라니?”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1970년대 말에는 그것이 최고의 기술이었다. 이 레코드판에는 지구인을 대표할 90분 분량의 음악 27곡, 55개 언어로 된 인사말, 지구와 생명의 진화를 표현할 19가지 소리, 지구환경과 인류문명을 보여주는 사진 118장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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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지구의 속삭임’은 이 골든 레코드가 기획, 제작돼 보이저호와 함께 우주로 보내지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한 책이다. 저자는 ‘코스모스’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칼 세이건(1934~1996년)이다. 그는 골든 레코드 제작을 진두지휘했고 보이저호가 출발한 이듬해에 이 책을 출간했다.

책에는 골든 레코드에 어떤 내용이 포함됐고 왜 그런 취사선택이 이루어졌는지가 서술돼 있다. 즉 세이건을 포함해 프로젝트에 참여한 6인, 즉 프랭크 도널드 드레이크(기술감독), 존 롬버그(디자인 감독), 린다 살츠먼 세이건(인사말 구성작가), 앤 드루얀(창작감독), 티머스 페리스(프로듀서) 등의 이야기가 다큐멘터리처럼 펼쳐진다.

인류의 메시지를 다른 세계에 전하겠다는 발상은 흥미롭지만 실제 구현하는 데는 난관이 적지 않았다. 역사상 존재했던 수많은 음악 가운데 바흐와 베토벤은 쉽게 합의했으나 그 외에는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인류의 좋은 점만 소개해도 될지, 종교나 미술은 어떨지 논의한 끝에 “나쁜 것은 지구에만 존재해도 충분하다”는 결론을 끌어낸다.

한국 관련 내용은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이 유일하다. 이웃 중국이나 일본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골든 레코드 웹사이트(www.goldenrecord.org)에서 이 레코드판에 실린 모든 내용을 들을 수 있다. 2만5,000원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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