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규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우리은행의 혼합형 고정금리는 지난 6월 말 2.70%에서 8월 말 3.05%로 인상돼 2014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3%대에 재진입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민영화를 앞두고 실적관리 차원에서 금리를 올렸다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다른 시중은행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KEB하나은행의 혼합형 고정금리는 같은 기간 연 2.64%에서 2.73%로, 국민은행도 2.69%에서 2.74%로 올랐다. 신한은행도 연 2.69%에서 2.8%로 상승했다. 국내 주요 은행에서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40% 안팎이고 나머지는 변동금리 대출이다.
현재는 혼합형 금리가 들썩이고 있지만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어 미국 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면 혼합형에 이어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도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연준이 연내에 최소한 한 차례는 추가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공감대는 형성된 상황이다.
연내 미국발 금리 인상이 실시되면 한국은행도 내외금리 차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금리 인상으로 변동금리도 따라 오르게 되면 막대한 가계부채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도 자연히 커지게 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9일 금융통화위원회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금리가 기축통화국 금리보다 높아야 한다고 본다”며 미국 금리가 오르면 국내 기준금리 하한선이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금리 인상은 가파르게 늘고 있는 가계부채에 대한 불안감을 더 키울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는 정부가 속속 도입하는 각종 규제정책에도 불구하고 급증세를 멈추지 않고 있어 앞으로 최악의 경우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가계의 카드사용액까지 합친 가계신용 잔액은 올 상반기 동안 54조원이나 늘어 6월 말 기준 1,257조3,000억원에 달했다. 이어 7월에는 은행의 가계대출이 6조3,000억원 순증했고 8월에도 8조7,000억원이 더 늘어나는 등 주택시장의 비수기인 여름철에도 주담대를 중심으로 한 가계부채 급증 행진이 진정되지 않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주담대 규제가 약발이 먹히지 않아 보다 강력한 대안이 나오지 않는 한 주담대 증가세는 계속될 것”이라며 “총부채상환비율(DTI)의 비수도권 확대 실시 등 좀 더 강력한 규제책을 도입해야 시장에 신호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