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박 대통령 "북 제재강화" VS 야 "제재.대화 병행" 이견 팽팽

1시간55분 회동 성과없이 끝나... "북핵 반대" 원론 입장만 확인

박지원 "이전 만남서 14개 과제 제안했는데 이번엔 20개 제시"

추미애 "USB 선물"하며 '민생' 강조 ... 민생 우선 해결에는 접근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3당 대표 회동에서 대화하고 있다. 이날 회동에서는 순방 결과 비롯해서 북한의 5차 핵실험 감행으로 인한 현재의 엄중한 안보 상황과 대응 방안 등을 주로 논의했다. 왼쪽부터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박근혜 대통령,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연합뉴스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3당 대표 회동에서 대화하고 있다. 이날 회동에서는 순방 결과 비롯해서 북한의 5차 핵실험 감행으로 인한 현재의 엄중한 안보 상황과 대응 방안 등을 주로 논의했다. 왼쪽부터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박근혜 대통령,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연합뉴스




12일 오후 청와대에서 이뤄진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 간 회동은 덕담을 주고받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남색 재킷에 하늘색 셔츠, 회색 바지 차림의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접견실에 먼저 입장한 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차례로 맞으며 “어서 오세요”라며 악수를 청했다. 하지만 지난 새누리당 8·9전당대회 직후 이정현 당 대표와 지도부 오찬회동을 하면서 날씨와 올림픽을 화제로 인사말을 나눴던 것과는 달랐다. 개인 관심사를 화제로 인사말을 길게 나누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실제 이날 박 대통령과 야당 대표들 간 안보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그리고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의 거취 등을 놓고는 적지 않은 이견을 드러냈다. 민생 관련만 이견이 좀 좁혀졌을 뿐이다. 이날 회동은 서로의 이견을 좁히기 위해 마련한 자리지만 청와대와 야권 간 적지 않은 갈등을 예고하는 1시간55분이었다.

3당 대표와 청와대 오찬을 가진 것은 20대 들어 처음이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5차 핵실험 등 엄중한 안보위기 상황과 해운·조선 구조조정, 추경 등 민생 현안이 뒤엉켜 어느 때보다 더 많은 화제들이 테이블에 올랐다. 박지원 위원장은 회동 직후 브리핑에서 “지난 5월 박 대통령과 3당 원내대표 회동 때는 열네 가지를 제안했지만 이번에는 스무 가지를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석 달 전보다 대화 주제가 줄어든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늘어난 것이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해 국제사회 제재를 더 강화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박지원 위원장은 “제재와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수위 조절에 나섰고 사드 배치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청와대와 야당 간 이견을 그대로 노출했다. 박 대통령은 “북이 추가 도발을 예고하는데 한반도에 전쟁 위험이 올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강조했지만 야당은 대화를 먼저 앞세워 김을 빼버린 것이다. 추미애 대표의 “대북 특사 파견이 필요하다”는 건의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 “고려 안 하고 있다”고 짧게 부정했다. 청와대와 야당 간 이견이 다시 한번 드러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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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위원장은 회동 직후 브리핑에서 “북 핵실험에 대해서는 모두가 규탄했지만 해결 방안에는 이견을 보였다”며 이날의 회동 분위기를 한마디로 압축해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사드 배치는 자위권적 차원이고 초당적 협력을 부탁한다”고 협조를 요청했지만 두 야당은 외면했다. 박 대통령의 사드배치론에 2야 대표가 반대를 표명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안보의식과 2야 대표의 안보의식이 너무 차이가 나 앞으로 대북 정책이나 안보외교 정책을 놓고 갈등을 예고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보뿐 아니라 추석을 앞두고 민생 문제도 집중 거론됐다. 1조원이 넘는 체불임금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모두가 시급한 해결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병우 민정수석비서관의 거취를 놓고 박지원 위원장은 조속한 사퇴를 건의했지만 박 대통령은 “특별수사팀 수사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들은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 홍용표 통일부 장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 김재원 정무수석 등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원형 테이블에 앉았다. 그리고 그 뒤편으로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 염동열 새누리당 수석대변인, 윤관석 더민주 수석대변인,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이 배석했다. 추미애 대표는 회담이 시작하기 전 자그마한 소형 쇼핑백에 USB를 담아 박 대통령에게 선물로 전달했다.

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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