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朴대통령-여야3당 대표 회동] 추미애, 편지, 빈 USB 선물 의미는…

사회적 기업 제품…"엄중한 민심 잘 파악해줬으면"

현안 담은 편지도 건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 회동에서 박 대통령에게 편지와 이동식저장장치(USB)를 선물했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비공개 회동에 앞서 “민생과 통합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하며 박 대통령에게 준비해온 선물을 꺼냈다.


야당 대표가 청와대 회동에서 대통령에게 이례적으로 편지와 선물을 건넨 만큼 선물이 담긴 의미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USB에 내용물은 담겨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존경하는 대통령께”라고 시작하는 추 대표의 편지에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기간 연장, 백남기 농민에 대한 정부 측의 사과 등 여야가 자존심 대결을 펼치며 해법이 보이지 않는 정치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통큰 결단을 주문하는 내용이 담겼다. 추 대표는 편지에서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연장해 달라”며 “인양된 선체에 대한 조사활동도 보장해 달라 .그것이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호소했다. 백남기 농민에 대해서도 “백남기 농민은 오늘도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다”며 “백남기 농민은 폭락한 쌀값에 대책을 요구하다가 살인적인 물대포를 맞았다. 사람이 생사를 오갈 정도로 크게 다쳤는데도 누구하나 들여다보는 사람이 없고 사과하는 책임자가 없다”고 지적했다. 추미애 대표 측의 한 관계자는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추 대표가 직접 쓴 편지를 대통령께 건넸다”며 “추 대표가 파악한 민심과 여러 정책 현안에 대해 같은 여성 지도자로서 박 대통령에게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빈 USB를 선물로 건넸다는 의미는 보이지 않는 엄중한 국민의 민심을 대통령께서 잘 파악해달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미애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불통의 이 정부에 꼭 전달되기를 바라는 것을 제게 주시면 좋겠다”고 글을 올린 후 댓글들을 하나하나 파악했다고 전해졌다. 온라인에서 가감 없이 표출되는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추미애 대표는 회동 직후 국회에 도착해 기자들과 만나 USB 선물에 대해 “대통령께서 추석 명절 선물을 보내셨다”며 “저도 거기에 화답해드려야겠다는 차원에서 준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USB는 장애인 사회적 기업에서 만든 것인데 선물로 드리면 대통령께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가지실 것 같았다”면서 “장애우들도 내가 만든 제품이 대통령에게 전달된다면 뿌듯해하실 것 같았다. 국민 통합의 마음이 전달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추 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건넨 편지 전문

“우리는 모두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존경하는 대통령께

제한된 시간 속에 못 다한 이야기들이 있을 것 같아 이렇게 편지로 전합니다. 너그러이 양해해주십시오.

세월호 참사 이후, 대통령께서도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국민 앞에 눈물로 호소하셨습니다. 그러나 2년이 지나도록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야당은 이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할 생각이 추호도 없습니다.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연장해주십시오. 인양될 선체에 대한 조사활동도 보장해 주십시오. 그것이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자 정부가 마땅히 해야할 일입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오늘도 간절한 기도로 기적을 바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백도라지, 백두산, 백민주화 세 남매의 눈물을 외면하지 말아주십시오. 백남기 농민은 오늘도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습니다. 백남기 농민은 폭락한 쌀값에 대책을 요구하다가 살인적인 물대포를 맞았습니다. 사람이 생사를 오갈 정도로 크게 다쳤는데도 누구하나 들여다보는 사람이 없고 사과하는 책임자가 없습니다. 인간존엄이 짓밟히는 민주주의의 위기 속에 국민들은 하나둘씩 정부에 대한 신뢰를 내려놓고 있습니다.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집권한 정부인데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정부의 신뢰가 없으면 국민 통합은 불가능합니다. 대통령께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고통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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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대통령님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남의 나라 일이 아닙니다.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많은 국민이 죽거나 피해를 당했습니다. 그런데도 옥시와 같은 파렴치한 기업들은 책임을 회피합니다. 영국 래캣벤키저 본사도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입니다. 진정한 사과와 반성도 없었습니다.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주십시오.

존경하는 대통령님

대통령님도 여성이고 저도 여성인데 같은 여성으로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겪는 그 울분에 더 다가가 주십시오.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도, 법적 책임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동의하지 않는 협상은 무효입니다. 국민들도 지난해의 합의는 재협상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소녀상 이전은 결코 안 된다는 국민들의 의견도 압도적입니다. 일본의 사과와 배상 그리고 소녀상 문제는 전혀 별개의 것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절규를 외면하지 말아주십시오. 대통령께서 분명한 입장을 밝혀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끝으로 한 말씀만 더 올리겠습니다. “나는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 미국의 3대 대통령이었던 토마스 제퍼슨이 남긴 말입니다. 그 나라의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를 가늠하는 척도입니다. 이미 대한민국 언론자유지수는 급격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공영방송의 공공성 상화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합니다. 대통령님께서도 지난 대선 당시방송의 공공서 강화를 약속하신 바 있습니다. 이제는 그 약속을 지켜주십시오.

존경하는 대통령님

한 발짝만 더 국민 곁으로 다가오십시오. 고통 받는 우리 국민들을 한 번만 더 살펴주십시오. 세월효 유가족들, 백남기 농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그리고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까지. 심장이 기억하는 고통은 생명이 다할 때까지 잊히는 게 아닙니다. 이런 문제를 외면하면 국민 분열이 심각해집니다. 우리는 민생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때, 민생문제 핵심이 바로 국민의 행복이라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합니다. 한 분 한 분 모두가 소중한 대한민국 국민들입니다. 국민의 어머니가 되고 싶다는 대통령님의 마음에 다시 한 번 호소 드립니다.

2017년 9월 12일

더불어민주당 대표 추미애 올림

박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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