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지진 불안감에도 설레는 고향길...3,750만 한가위 대이동 시작

예년보다 긴 연휴로 귀성객 증가

이른 시각부터 역·터미널에 인파

"여진 언제 터질지 모르는데..."

일찌감치 고향행 포기하기도

부모님께 역귀성 부탁도 늘어

민족 대명절인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13일 오전 서울역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어린이가 부모님의 손을 잡고 고향으로 향하고 있다./송은석기자민족 대명절인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13일 오전 서울역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어린이가 부모님의 손을 잡고 고향으로 향하고 있다./송은석기자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13일 민족 대이동이 시작됐다.

예년보다 긴 연휴로 귀성길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날 서울 기차역과 버스터미널에는 이른 시간부터 고향으로 내려가기 위한 시민들로 북적였다. 올해 추석 연휴 기간 전국 이동인원은 총 3,752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서울역에는 이날 오전부터 귀성객들이 몰렸다. 당일 기차표는 대부분 매진됐지만 입석 표라도 구하려는 시민들이 매표창구 앞에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저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고향에 내려간다는 생각에 시민들의 표정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서울역에서 만난 이수지(35)씨는 시댁인 대구로 내려가기 위해 일찍부터 집을 나섰다. 이씨는 “남편은 야근 때문에 밤늦게 나 일이 끝나 아이들을 데리고 먼저 시댁에 내려간다”며 “짐까지 혼자 들고 가려니 너무 힘들지만 연휴가 길어 기분은 좋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가 고향인 직장인 박태양(42)씨는 “아이 셋을 데리고 이동을 해야 해서 하루 휴가를 내고 일찍부터 기차를 타러 나왔다”며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 기다리셔서 서둘러 내려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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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 강남고속버스터미널도 상황은 비슷했다. 대합실에는 본격적인 귀성행렬이 시작되면 도로가 막힐 것을 대비해 서둘러 나선 시민들로 북적였다. 기차보다 비교적 여유가 있는 버스편을 이용해 고향길에 나선 시민들은 장거리 이동에 앞서 채비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외에도 이날 김포공항과 서울 전역 버스터미널 등에는 귀성객들로 종일 붐볐다.

반면 전날 발생한 지진으로 인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다음 명절을 기약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고향이 경북권인 일부 시민들은 이번 지진으로 인한 여파로 여진이 언제 또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귀성을 포기하기도 했다. 지난 12일 지진이 감지된 후 이날 오전9시까지 총 210차례의 여진이 발생한 상황이어서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경북 포항시에 사는 김순옥(71)씨는 “어제까지만 해도 자식들과 내일 보자고 통화했는데 지진이 나는 바람에 급하게 애들한테 연락해 내려오지 말 것을 당부했다”며 “갓난아이를 데리고 내려왔다 괜한 화라도 당할까봐 걱정스러운 마음에 차라리 이번 추석은 혼자 지내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도 ‘고향에 내려가기 불안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불안한 추석 연휴 보내러 고향에 가기는 싫다” “고향 가기가 겁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부모님께 역귀성을 부탁드렸다”는 글도 눈에 띄었다.

부산에 사는 김일환(36)씨는 “아버지를 여의고 처음으로 맞는 추석이라 경주에 계신 어머니를 찾아뵙기로 했다”면서도 “불안한 마음에 딸에게 집이 흔들리면 책상 밑으로 피하거나 집 밖으로 뛰쳐나가라고 지진 대처 방법을 가르쳤다”고 말했다. 이날 경북권으로의 귀성을 앞둔 시민들 역시 휴대폰이나 TV를 통해 흘러나오는 지진 관련 소식에 귀를 기울였다.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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