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한반도 규모 5.8 최강 지진] 설비 점검후 재가동했지만..."지진 무방비 수두룩" 산업계 긴장

["앞으로가 문제" 기업들 대비책 비상]

삼성·현대차·LG 등 11곳 생산라인 일시중단 후 정상화

월성원전 1~4호기 가동 일시 멈추고 정밀안전점검 실시

"7.0 강진땐 대재앙 가능성...더이상 안전지대 아니다"

매립지에 있는 석유화학단지 치명적 재해 초래 우려도

13일 오후 김기현(오른쪽 두번째) 울산시장이 SK종합화학 폴리머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합성수지를 생산하는 SK 폴리머 공장은 전날 경주에서 발생한 두 차례 지진으로 인해 일부 공정이 자동으로 중단됐다가 3시간 만에 재가동됐다. /울산=연합뉴스13일 오후 김기현(오른쪽 두번째) 울산시장이 SK종합화학 폴리머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합성수지를 생산하는 SK 폴리머 공장은 전날 경주에서 발생한 두 차례 지진으로 인해 일부 공정이 자동으로 중단됐다가 3시간 만에 재가동됐다. /울산=연합뉴스


지난 12일 밤 경남 양산의 한 안경렌즈 제조 공장은 50㎞ 거리인 경북 경주시에서 발생한 지진 충격으로 공장 수도관이 터져 물이 샜다. 공장이 마구 흔들려 자재들이 깨지는 피해도 입었다. 이 업체 A 대표는 “지진이 나자마자 바로 설비들을 점검했는데 화재나 큰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며 “공장과 사무실의 내진 설계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12일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진도 5.8)의 경주 지진 이후 A 대표처럼 기업들은 내진 설계 등의 강진 대비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한반도 지형이 더 이상 대형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기업들은 최소한의 지진 대비조차 갖추지 못한 사업장이 상당수인 상황에서 진도 7.0이 넘는 지진이 강타할 경우 화재·폭발을 동반한 치명적 산업 재해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단 지진으로 인한 전국 산업 현장의 피해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진원지 인근의 경남 울산시에서는 현대자동차 공장과 SK종합화학 폴리머 공장이 13일 오전 각각 두세 시간 설비를 점검한 뒤 다시 정상 가동했다. SK 폴리머 공장은 지진의 규모가 커 일부 라인이 자동으로 동작을 멈췄다.

전국의 주요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기지도 지진 때문에 일부 장비가 멈췄다. 경기도 기흥·화성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과 이천, 충북 청주에 있는 SK하이닉스 공장에서는 충격에 민감한 노광 장비 몇 대가 가동을 정지했다. 진원지와 가까운 경북 구미 국가산업단지의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 LG디스플레이 사업장도 설비 점검을 위해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은 진도 6~7 정도를 견딜 수 있는 내진 설계를 갖추고 있다.


발전소 가운데는 한국전력 울주변전소 3번 변압기가 12일 1차 지진 발생 직후 멈춰 섰다가 2시간 만에 가동을 재개했으며 동서발전 울산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 4호기도 12일 같은 시각 멈췄지만 3시간여가 지나 재가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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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는 민간 업체 가운데 11곳이 설비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복구한 것으로 집계했다. 산업부는 13일 주형환 장관 주재로 오전부터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전력 등 16개 재난관리책임기관과 산업단지 등 유관기관 기관장과 ‘지진대응 긴급대책회의’를 개최해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특히 지진 여파에 따른 정밀 검사를 위해 수동으로 가동을 중지한 월성 1~4호기 원자력발전소에 대해서는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협의해 안전 점검을 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청도 진원지 인근의 중소기업·전통시장과 소상공인 피해 상황을 집계해 복구를 지원할 방침이다.

간밤의 지진 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산업계는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본다. 지진의 규모가 점차 커지는데다 횟수도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에서 현대적 지진 관측을 시작한 1978년 이래 가장 강력했던 지진들이 최근 몇 년 새 몰려 있다. 기업들의 뇌리에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 사고를 야기한 일본 동북부 대지진(진도 9.0)의 기억이 아직 강렬하다.

대형 지진이 발생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되는 분야는 석유화학 업계다. 지진 발생 빈도가 잦은 울산·여수·대산에 각각 집중된 석유화학단지는 화재·폭발 위험성이 높은 제품을 취급하고 있으며 업체들이 서로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돼 있어 한 곳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가 전체 산업단지로 번질 가능성도 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 바다를 메운 매립지에 위치한 석유화학단지는 대형 지진·쓰나미에 속수무책”이라며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쓰나미가 덮칠 경우 산업단지 설비는 풍비박산 나고 망가진 배관에서 흘러나온 제품들이 대형 폭발 같은 2차 피해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대규모 산업시설은 진도 7.0 정도를 버틸 수 있는 내진 설계를 갖추고 있으며 업체별로 진도 7.0 수준의 지진 발생을 가정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놓고 있다. 하지만 중견·중소기업 가운데는 비용상의 이유로 내진 설계를 갖추지 못하거나 방재당국·지방자치단체와의 협조 체계도 엉성한 업체가 많아 예상 외의 대지진 발생 시 피해를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국내 대형 산업단지의 한 관계자는 “진도 7.0 이상의 지진이 닥친다면 사실상 쓸 수 있는 대응 수단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세종=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이종혁·강광우기자 2juzso@sedaily.com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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