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비대면 금융시대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





추석 명절을 앞두고 인근 은행 지점을 찾았다. 명절을 앞둔 때라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이라 생각하며 출입문을 열고 들어갔다. 객장에 대기 고객은 5명.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매년 이맘때만 되면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어 은행 업무를 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복잡하지 않은 창구 덕분에 비교적 이른 시간에 은행 일을 마칠 수 있었다.

빌 게이츠는 지난 1999년 그의 저서 ‘비즈니스, 생각의 속도’에서 ‘은행 업무는 필요하다, 하지만 은행은 필요하지 않다’고 예견했다. 그리고 20여년의 시간이 흐른 오늘날 그의 예견은 정확하게 맞아 들어가고 있다. 고객들은 더 이상 은행에 방문해 예금에 가입하고 대출을 신청하지 않는다. 기존 은행 고유의 업무인 저축과 대출을 비롯해 각종 파생상품·방카슈랑스·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이르기까지 은행이 취급하는 업무는 점점 다양화하고 있다. 하지만 비대면 채널 이용률이 90%에 달할 정도로 은행 창구를 방문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금융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 비대면 금융이 보편화했다. 은행 점포는 줄어들고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디지털 혁명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저축은행도 변화의 시대에 발맞춰 가고 있다. 시중 은행의 경우 전국적으로 영업망이 구축돼 있지만 저축은행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적은 점포망과 지역주의 원칙에 따른 영업구역 제한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이 때문에 최근 저금리 기조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에 고객이 몰림에도 영업망을 확대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비대면 금융거래가 확대되면서 이러한 한계를 탈피할 수 있게 됐다. 비대면 계좌 개설 서비스로 지점이 없는 곳에서도 고객을 유치하는 등 전국적으로 고객 접점을 확대함으로써 영업상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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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발 빠르게 비대면 계좌 개설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몇몇 저축은행들은 영업망이 없는 일부 지역에서의 고객 유입이 확연히 늘어나는 등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비대면 채널을 통한 계좌 개설을 전면 도입하기 위해 저축은행중앙회 차원에서도 힘을 보태고 있다. 신분증 사본 제출, 휴대폰 본인 확인, 영상통화 솔루션 등의 비대면 인증을 위한 시스템 구축과 함께 ‘IDC(Internet Data Center)’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회원사들이 비대면 거래에 필수적인 ‘전자 약정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전자 약정은 영업점 방문 없이 PC나 스마트폰으로 대출 약정을 체결할 수 있는 서비스로 대출 심사 및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승인을 받은 고객이 영업점 방문 없이 해당 저축은행 홈페이지 또는 스마트폰에서 공인인증 후 간편하게 대출 약정 서류를 전송할 수 있는 서비스다.

앞으로 저축은행은 비대면 실명 확인 방식을 적극 활용해 위탁 비용 감소 및 채널 경쟁력 제고를 도모하고 이를 통해 앞으로 펼쳐질 비대면 금융시대를 선점하고 선도해나갈 생각이다.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고 움츠러들어서는 안 된다.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기존 영업 방식을 고수할 것이 아니라 겸허히 수용하고 변화를 예측하면서 앞서 가야 살아남을 수 있다. 소비자들은 시대의 변화 속도만큼이나 발전하는 금융 서비스에 목마르기 때문이다.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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