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돈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와 전문성이 더 좋아”…홍보대행사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 활발

#1. 대형 홍보대행사 가운데 한 곳인 A기업의 3년 차 직원 채현우(가명)씨는 최근 배달 앱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커뮤니케이션팀으로 이직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지인과의 저녁 자리에 해당 스타트업 임원이 동석하게 되면서 면접을 보게 된 것. 중소 제조기업 홍보를 담당하던 채 씨는 O2O 기반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에 끌렸다. 홍보마케터로서의 전문성과 인하우스(홍보 대행사가 아닌 기업 홍보팀이나 마케팅팀에 직접 소속돼 일하는 것)로의 이직을 고민 중이었던 그는 스타트업행을 택했다.

#2. 올해 초부터 교육 콘텐츠 스타트업에서 홍보와 마케팅을 담당하는 김가을(가명)씨도 대형 홍보대행사 B기업에서 7년 간 근무했던 경력이 있다. B기업에서 김 씨는 팀장급으로 일하면서 6,000만원이 넘는 연봉을 받았다.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후 연봉은 반 토막 났지만 김 씨는 지금 생활에 더 만족하고 있다. 홍보대행사에서는 여러 기업의 홍보 일을 동시에 맡아서 하다 보니 마케팅 성과가 나도 소속감이 적어 보람이 크지 않았다. 반면 스타트업에서는 미디어 리스트(홍보와 마케팅 업무를 위해 필요한 매체 혹은 채널 목록) 작성부터 보도자료 양식 제작까지 모든 것을 처음부터 김 씨가 직접 만들어야 해 회사를 키운다는 느낌이 강하다. 김 씨는 “내가 열심히 일한 만큼 회사가 함께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니 업무 의욕이 커지더라”며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어 업무량이 많아도 즐겁게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홍보대행사에서 경력을 쌓아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마케터들이 늘고 있다. 사업 모델이 궤도에 올랐으나 마케팅 방법을 잘 모르는 스타트업과 인하우스로 옮기고 싶은 마케터들의 수요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일반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분위기나 근무 환경이 자유롭다는 점도 이직의 이유로 꼽힌다. 또 당장 연봉이 적어도 스타트업의 스톡옵션(일정수량의 자기 회사 주식을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권리)을 매력적으로 느끼는 마케터들도 많다. 평균적으로 직원 수가 많지 않아 회사가 성장하면 보유한 스톡옵션에 따라 큰 돈을 거머쥘 수 있다는 기대가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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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돈보다는 업무 자율성과 자유로운 분위기, 비전을 선택하는 젊은 층의 가치관이 이 같은 현상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홍보대행사들은 인력 이탈 현상을 우선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대형 홍보대행사 팀장급 관계자는 “이직이 잦은 업계라 인력 이탈이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중견기업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움직임이 새롭게 나타나는 만큼 우리도 마케터의 전문성을 키워주고 업무 자율성을 좀 더 마련하는 쪽으로 대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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