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산 불량 철강재를 겨냥해 건설자재 원산지 표기를 의무화하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가운데 생산 설비 감축 필요성이 제기된 철근의 원산지 표기 방식이 적절한지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에서 들여온 철근 반제품인 빌릿이 국내 업체들의 단순 압연(단압) 작업만을 거쳐 철근으로 가공되면 중국산이 아닌 한국산으로 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철근 업체들은 고유의 압연 기술이 철근 생산에 반영된 만큼 중국산 빌릿을 활용해 철근을 생산하더라도 이는 한국산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철근 원산지 표기를 둘러싼 이 같은 논쟁은 글로벌 철강 공급 과잉으로 지목된 중국산 저가 철강재가 국내에 물밀 듯이 밀려 들어오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주목된다.
2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자체 가동하는 전기로(爐) 없이 빌릿을 외부 업체로부터 구매해 철근을 생산하는 단압 업체는 국내에 총 12곳이다. 상공정에 해당하는 빌릿 제작은 외부에 맡기고 하공정에 해당하는 단순 압연만을 하는 업체들이다.
이들 철근 업체들은 국내 또는 중국 등 해외에서 반제품인 빌릿을 구매해 철근을 생산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단압 업체가 중국 등에서 사들인 저가 빌릿으로 생산된 철근이 한국산으로 표기돼 판매된다는 점이다. 압연은 가열·냉각 등의 공정을 거치지만 중국에서 들여온 빌릿의 성분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중국에서 구입한 빌릿을 가공한 철근을 중국산으로 봐야 하는지, 국내산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더욱이 중국 등 해외 빌릿 수입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여서 이 같은 논의를 둘러싼 관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철근 등 봉강 반제품으로 쓰이는 보통강·기타특수강 빌릿은 지난 2014년 66만톤이 수입됐지만 지난해에는 규모가 81만톤으로 급증했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빌릿이 전부 철근 생산에만 쓰였다고 볼 수는 없지만 빌릿 수입이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면서 “대부분이 중국에서 수입된 빌릿”이라고 말했다.
반면 철근 업체들은 이 같은 지적이 황당하다고 반박한다. 단순 압연이라고 하더라도 최종 철강제품이 생산되는 것은 압연 기술력을 보유한 단압 업체에 의한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철근을 생산하는 업체 관계자는 “단압 업체들도 엄연히 고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압연 과정에서 강도와 같은 물리적 성질이 최종 결정되기 때문에 국내 단압 업체들이 중국산 빌릿으로 생산한 철근도 한국산으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