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은 모든 데이터베이스(DB) 분야에서 우리보다 수십 년 뒤처지고, 호환성은 폐쇄의 상징인 IBM 메인프레임 보다도 떨어집니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아마존에 독설을 날리며 기술력 우위를 과시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를 겨냥한 제품을 내놓으며 전면전을 선포한 그가 본격적인 경쟁사 공격에 나선 것이다.
20일(현지시간) 엘리슨 회장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오라클 오픈월드 2016’ 행사에서 “오라클 클라우드에서 데이터베이스(DB)를 실행하면 온라인업무처리(OLTP) 서비스는 8배, 분석은 24배 빠르다”며 “아마존의 DB 서비스인 레드시프트 또한 오라클 클라우드보다 105배 느리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18일(현지시간) 개막 행사 때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경쟁사들을 거론하며 깎아내리기로 유명한 그는 행사 첫날 기조연설에서 “이번에는 (독설을) 자제 하라는 경고를 받았다”며 수위 조절에 나섰었지만, 이날은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우선 아마존의 기술들이 ‘너무 낡고 느리다’고 지적했다. 오로라, 래드시프트 등 아마존 DB 서비스들이 자사의 20년 전 수준의 기술을 사용하고 있어 느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엘리슨은 “실제로 모든 환경에서 테스를 진행, 객관적인 기준을 두고 하는 얘기”라며 “20년 전이면 우리가 벽돌 만한 휴대폰을 휴대하던 시절”이라고 빈정댔다.
아마존 서비스들의 폐쇄성도 비판했다. 자사 제품은 오라클 클라우드나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Azure), 아마존 웹서비스, 고객사의 데이터센터 등 그 어떤 서비스와도 호환이 가능하지만 아마존 제품들은 오직 아마존 웹서비스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그는 “내 나이(72)에도 래드시프트를 어디서 사용할 수 있는지 외울 수 있다며” 한 군데서만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AWS는 오라클 DB는 물론 AWS 고유의 DB조차 최적화돼 있지 않다”고도 덧붙였다. 이날 그가 준비한 1시간 분량의 스라이드 제목도 ‘아마존 레드시프트는 왜 그렇게 느린가’, ‘아마존 오로라는 왜 그렇게 느린가’ 등으로 대부분이 경쟁사를 공격하는 내용이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엘리슨 회장의 발언이 과격하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그는 “하나씩 모두 테스트해보고 반박할 수 있으면 해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이 테스트가 어떻게 설계됐는지, 어떤 장비로 두 클라우드가 비교됐는 지 등이 불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행사 첫 날과 마지막 날만 연설을 맡던 그가 이례적으로 3일 차에 무대에 나서 한 경쟁사만 집중적으로 깎아내렸다는 점에서 위기를 느끼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