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中 끝없는 식탐...글로벌 식탁 주도권 노린다

연초 켐차이나의 신젠타 인수 이어

국영기업 광명그룹 자회사 메이린

뉴질랜드 SFF 지분 50% 사들여

세계 농축산·식품업체 잇단 M&A

식량안보 위협에 각국 경계심 고조

미·호주 등서 인수 제동 걸리기도

2216A10중국의농축산·식품기업주요M&A수정22216A10중국의농축산·식품기업주요M&A수정2




연초 세계적인 농화학 기업 신젠타 인수로 시작된 중국의 해외 메이저 기업 인수합병(M&A)의 타깃이 글로벌 식품업체로 확산되고 있다.


당장은 중국의 엄청난 육류 수요를 채우기 위한 목적이지만 머지않아 중국 농축산·식품 기업들이 세계의 먹거리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중국의 M&A 집중공략 대상이 된 호주와 뉴질랜드는 중국의 투자에 높은 관심을 나타내면서도 식량안보를 걱정하며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21일 중국매일경제신문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상하이 식료품 기업인 메이린은 전날 뉴질랜드 최대 식품사인 실버펀팜(SFF) 지분 50%를 1억9,100만달러에 인수했다. 뉴질랜드 외국인투자심의국(OIO)은 이날 메이린의 SFF 인수를 공식 승인했다고 중국 매체들이 전했다. 메이린은 중국 최대 식품유통 회사인 국영기업 광명그룹의 자회사다.


중국의 글로벌 메이저 식품기업 인수 움직임은 최근 들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중국인들의 육류 소비 트렌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두터워지기 시작한 중국 중산층의 육류 수요를 맞추기 위해 농축산·식료품 분야에서 경쟁력이 강한 기업을 매수해 안정적인 식품 원재료 공급망을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여기에다 단기간에 농축산·식품 기술을 획득해 세계 먹거리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도 반영됐다.

관련기사



중국의 대표적 식품 기업인 솽후이그룹은 지난 2013년 세계 최대 돈육 기업인 미국 스미스필드푸드를 71억달러에 인수했고 이듬해에는 호주 최대 육류수출 업체 타브로도 사들였다. 광명그룹도 2012년 영국 시리얼 생산 업체 위트빅스푸드 지분 60%를 인수했고 2014년에는 호주 식품 업체 마나센과 이스라엘 최대 유제품 기업 트누바푸드를 인수했다. 중량그룹(COFCO)도 최근 아시아 최대 곡물상인 노블그룹과 네덜란드 곡물회사 니데라를 사들였다.

중국 기업들의 M&A 강도가 거세지면서 식량안보를 걱정하는 피인수기업 국가와의 마찰도 커지고 있다. 5월 호주 정부는 자국 최대 농장기업을 인수하려던 중국 펑신그룹의 야심에 제동을 걸었다. 상하이 펑신그룹은 지난해 말 호주 업체와의 컨소시엄을 통해 ‘S키드먼앤컴퍼니’를 3억7,100만호주달러(약 3,22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호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가 반년가량 고심한 끝에 퇴짜를 놓았다. 키드먼이 소유한 농장 중 일부에 무기실험장이 포함돼 있는 것을 문제 삼았지만 식량안보를 걱정하는 반대 여론이 큰 부담이 됐다.

메이린의 이번 SFF 인수를 허가한 뉴질랜드도 중국 기업의 자국 농장 인수에 여러 차례 제동을 걸었다. 2014년 펑신그룹이 뉴질랜드 대형 농장 로친버스테이션을 5,600만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입찰에 나서자 당국은 1년 가까이 승인 여부를 저울질하다 결국 지난해 인수안을 거부했다. 뉴질랜드 당국은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현지 언론들은 자국 주력산업 분야를 단기간에 접수하려는 중국 자본에 대한 경계심이 반영됐다고 풀이했다.

올 들어서는 연초 중국 최대 화학기업 중국화공(켐차이나)이 스위스 종자기업 신젠타를 44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하자 스위스는 물론 신젠타의 주 판매시장인 미국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우여곡절 끝에 미국이 지난달 켐차이나의 신젠타 인수를 승인하기는 했지만 중국의 농업·식료품 기업 사냥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반감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을 비롯해 호주·뉴질랜드 등 중국 기업의 인수합병 대상이 된 국가들은 자국 식량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면 언제든 M&A 조건을 수정하거나 자국 내 자산 매각을 요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홍병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