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근본 대책 필요한 실손의료보험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보험료 인상에 무용론까지 거론

상품이원화 등 처방책 내놨지만

핵심은 비급여의료비 구조 개선





어느 순간부터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올해 초 보험업계가 일제히 보험료를 크게 인상하면서 그 배경과 손해율 급증을 둘러싼 쟁점들로 지금 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섣부른 판단으로 실손의료보험을 재단하려고 하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실손의료보험의 무용론까지 거론하며 극단적인 처방들을 제시하고 있다.

실손의료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의 보충형 역할의 필요성에 부응해 2003년 공식적으로 데뷔했고 의료산업 선진화 추진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상품 표준화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2009년부터 표준화 상품으로 운영돼왔다.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적잖은 부담이 되는 의료비를 저렴한 보험료로 해결해주는 인기에 힘입어, 데뷔 후 십여년 만에 전 국민의 60% 이상이 가입한 대표 보험으로 성장했다. 어찌 보면 지금의 실손의료보험을 둘러싼 쟁점들은 이토록 짧은 기간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고속 성장을 해온 탓에 불가피하게 겪게 되는 성장통으로 이해해볼 수 있다.


최근 과잉진료 등으로 불거진 실손의료보험과 관련한 문제의 근원이 보험회사가 퍼주기식 상품을 설계한 탓이라는 주장이 있다. 실손의료보험 상품에 내재된 잠재 리스크에 대한 검토와 이에 대한 안전장치 마련이 상품 설계 단계에서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서 일명 끼워 팔기와 같은 과도한 마케팅을 통해 판매에만 급급했었던 점은 보험사들이 깊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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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여기서 우리는 이런 질문에 직면하게 된다. 실손의료보험의 상품 구조를 개선하기만 하면 작금의 문제가 완벽히 해결될 것인가. 최근 금융위원회는 현행 표준화된 단일 보장 구조에서 필수적 성격의 기본형과 선택형 성격의 특약형으로 이원화된 보장구조 방식으로 상품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과잉 진료나 의료쇼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보장 영역들을 기본형에서 분리해, 소비자가 원할 경우 별도 특약을 통해 가입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동안 표준화 상품으로 운영해옴에 따라 잠시 멈췄었던 실손의료보험의 시장 기능을 부활시켜 소비자의 선택에 의해 자연스럽게 시장이 자정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이는 손해율 급증에 따른 보험료 인상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단기적인 처방에 불과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그리고 소비자의 편의성이 확대되는 선순환 구조로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며 그 핵심에 비급여 의료비가 있다.

현재 비급여 의료비가 국민건강보험의 급여 의료비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의료기관들의 자율영역으로 방치되다 보니, 실손의료보험뿐만 아니라 보건의료체계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점을 초래하고 있다. 비급여 의료비에 대한 의료기관들의 지나친 개연성을 낮추고 과잉 의료소비에 대한 통제 장치 마련이 긴요한 시점이다. 보건복지부와 금융당국, 의료업계와 보험업계 간의 긴밀한 협업을 통한 비급여 의료비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체계 구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당면 과제라 할 것이다.

이제 곧 우리나라도 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초고령 사회를 10여년 앞두고 있다. 또한 의료비 지출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 국민 의료비의 부담은 더욱 심화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따라서 국민의 건강보장을 확대하면서 총 의료비도 관리할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해야만 한다.

국민의 건강보장을 책임진다는 면에서 공보험과 민영보험이 독자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이고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만큼 공사 상호 간의 협력과 역할 관계 정립이 요구되고 있으므로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사회 전체의 효익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실손의료보험의 제도 개선을 진지하게 검토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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