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 - 반대

조인창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살아난 주택경기에 찬물...신중해야

정부의 ‘8·25 가계부채 대책’이 나온 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시장이 달아오르면서 분양권 전매제한을 놓고 찬반양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가계부채 대책에서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 등 핵심 규제가 빠지자 앞으로 신규 아파트 가치가 더욱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분양권 웃돈이 치솟고 불법 전매도 증가하고 있다. 시중 은행 가계대출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인 상황에서 이 같은 주택시장 가수요를 억제하기 힘든 만큼 규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수도권 민간택지의 경우 계약 후 6개월인 전매제한 기간을 연장하는 등 분양권 규제 강화에 찬성하는 측은 분양권 전매라는 합법적 거래를 통해 시장이 왜곡되고 있는 만큼 투기적 수요를 잡을 유일한 수단인 전매 규제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반대 측은 거래를 더 옥죌 경우 모처럼 살아나고 있는 주택 경기를 해칠 수 있고 주택 과열이 분양권 거래라기보다 1,000조원에 달하는 시중 유동자금에 원인이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우선 분양권과 입주권부터 구분해보자. 일반적인 분양주택, 즉 국민주택이나 민영주택 또는 중형국민주택 등을 분양받으려 하는 사람들은 주택 종류에 따라 일정한 입주자격을 갖추고 청약통장에 가입한 후 당첨이 되면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는데 만약 분양을 받았다면 이를 분양권이라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분양은 우리나라처럼 선분양제도를 택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주택이 아니다. 단지 주택이 완공되면 잔금을 납부하고 사겠다는 의사를 표시했을 뿐 단순히 주택공급에 대한 계약자인 것이다. 그런데 입주권은 분양권과는 다르다. 입주권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토지 등 소유자로서 사업이 완료되든 아니면 중간에 사업이 중단되든 그대로 토지 등 소유자로 남아 있기 때문에 세금도 내고 사업이 완공되면 당연히 종전자산 가액 범위에서 권리를 주장하고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인 것이다.


그런데 최근 주택시장이 살아나면서 일부 주택청약시장에서 분양권 전매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분양권 전매제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빈대를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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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주택시장이 침체돼 건설사들이 도산하고 하우스푸어가 나타나 어려움을 겪었는데 일부 지역에서 주택경기가 조금 과열됐다고 해 다시 또 규제로 돌아선다면 주택시장은 숨을 쉬지 못할 것이다. 분양권 전매는 선분양제도에서만 나타나는 것이다. 선분양제도는 건설사가 건설자금을 수분양자들에게 공여받기 때문에 자금 확보가 쉬워 주택공급을 늘릴 수 있고 착공 시점의 가격으로 주택을 분양하기 때문에 수분양자들은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선분양을 하기 때문에 준공 전에 주택을 모두 분양할 수 있어 건설사는 미분양률을 낮출 수 있다.

물론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주택 완공 전까지 가격이 상승한다면 지금과 같이 분양권 전매 등 투기가 나타날 수 있다. 또 완공 전 분양대금의 80% 이상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고가의 주택을 구입하면서 완성품을 보지도 못하고 대금을 내야 한다. 신축 중 건설사 부도로 공사가 중단되거나 지연될 수도 있고 파산한다면 원금 일부를 손해 볼 수도 있다.

이에 반해 후분양제도는 건물을 완공하거나 80% 정도 시공한 후 분양하는 방식이다. 장점은 주택 분양 가격에 어느 정도 시세가 반영돼 단기차익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지금처럼 분양권 전매는 일어나지 않는다. 고가 주택의 내·외부 구조와 실내 등을 모두 확인하고 구입할 수 있다. 미리 건설사의 자금동원력을 알 수 있어 마무리까지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건설사가 자금을 확보하려면 신용등급 등이 우수한 회사만 살아남고 중소 건설사들은 도산할 수도 있다. 그래서 주택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주택공급이 부족해지면 주택시장에 투기가 발생할 수 있고 미분양주택이 발생할 경우 자금회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선분양과 후분양 모두 장단점을 갖고 있다. 단,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주택 수요자들이 대부분 무주택자이기 때문에 준공 후 분양을 받는 후분양제도가 대세가 되면 선분양보다 고가로 분양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서민들에게는 불리하다는 점이다.

이처럼 주택시장은 어떤 형태든 문제점은 있게 마련이다. 정부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으며 지역별·시기별로 시장이 다르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기에 나름 맞춤형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래서 지난 ‘8·25 대책’에서 분양권 전매제한 카드는 꺼내지 않았다. 일부 지역의 분양권 전매과열은 그동안 주택시장이 침체됐다가 규제 완화로 살아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고 더 큰 원인으로는 주택정책의 오류라기보다 저금리로 갈 곳을 잃은 시중의 1,000조원에 가까운 유동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일부 유입된 점을 들 수 있다.

주택청약제도는 40년 전인 지난 1977년 ‘국민주택 우선공급에 관한 규칙(주택공급규칙)’을 신설하면서 출발했다. 처음에는 국민주택기금을 지원받아 건설하는 공공주택에 적용했지만 이듬해 민영주택에도 청약제도를 적용하면서 현재의 청약제도가 완성됐다. 이후 제도는 시장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발전하고 변화했다. 주택 절대 부족 시기에는 과열된 청약 열기를 진정시키고 금융위기 등으로 침체된 분양시장을 부양하기 위한 경기 조절수단으로의 역할도 담당해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도권 분양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청약제도의 개선 필요성이 제기된 후 지난해 2월 청약제도 규제가 완화됐다. 주택시장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복잡했던 청약제도를 간소화하면서 시장이 살아나고 부산물 격인 분양권 전매가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4년 이후 주택시장 회복으로 건설사들이 앞다퉈 주택공급에 나서면서 이제 공급과잉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오히려 집값이 하락하고 분양권 전매 역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그때그때 조급한 마음으로 시장을 규제하거나 완화해서는 안 될 일이다. 조인창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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