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대북제재 강화 또 헛물켜나

日 "새로운 제재 나서야"에...中 "압박보다 대화로" 반대

중국, 지난달 對北무역 총액

6억2,829만弗로 되레 늘어

대북 수입액도 18.7% ↑

북한에 핵무기와 미사일 재료를 수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랴오닝훙샹그룹에 대한 미국과 중국 사법당국의 수사 공조로 급진전을 보이던 대북제재 강화가 원점으로 되돌아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대북제재 강화 요구에 중국이 다시 ‘압박보다는 대화’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한미일 3국이 추진 중인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는 중국의 반발에 부딪혀 또다시 ‘무늬뿐인 제재’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회원국 대표 기조연설에서 “북핵 위협이 완전히 새로운 차원에 도달했다”며 “대응방법도 과거와 다른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시켜야 한다”면서 “일본이 새로운 제재의 도입을 주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인 일본이 북한 제재에 주도적으로 나서겠다고 천명한 것은 상임이사국으로서 거부권을 가진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는 또 평화를 ‘자그마한 금에도 깨지기 쉬운 유리’로 비유하면서 “북한의 군사 도발을 참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베 총리에 앞서 연설한 리커창 중국 총리는 북핵 문제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19분가량의 연설에서 북핵 문제에 20초도 할애하지 않았고 그마저도 대화를 통한 해결만 주문했을 뿐 제재는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에 전념해야 하며 이를 위해 대화와 협상을 추구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했다. 지난 19일 “추가 제재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회동 당시와 비교하면 오히려 제재 의지가 후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리 총리는 연설에서 “영토와 해양권 분쟁은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돼야 한다”며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 원칙을 남중국해 분쟁까지 확대하려는 의도를 내비치기도 했다. 중국의 일방적인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철퇴를 가한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을 무력화하고 국제사회의 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실효적 지배를 지속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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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올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시행된 유엔의 대북제재 조치에도 중국의 대북무역은 전혀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해관총서가 이날 공개한 무역통계를 보면 중국과 북한의 지난달 무역총액은 6억2,829만달러(약 7,120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오히려 29.9% 늘었다. 중국의 대북 수출액뿐 아니라 대북 수입액(북한의 대중 수출액)도 18.7% 증가했다. 북중 교역은 대북제재 시행 직후인 4월부터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으나 6월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고 7월에 소폭 감소했다가 지난달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지난달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으로 한미와 중국 간 갈등이 촉발된 시기다.

한편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에 동의한 40여개국 외교장관은 이날 유엔본부에서 열린 ‘CTBT 우호국 외교장관회의’에서 ‘북한이 2006~2016년 실시한 다섯 차례의 핵실험을 강력한 언어로 규탄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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