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뒤늦은 산은 지원...한진해운 구조조정 152일, 상처만 남겼다

자율협약 다섯달만에 500억 지원

물류대란 급한 불은 껐지만

하역 비용 누적 등 해결 만만찮아

재무적 관점 내세워 원칙론 고집

당국, 1위 선사 파산위기 몰기도

해운업 '위기업종'으로 분류해

선박펀드·稅지원 적극 검토 필요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을 신청한 지 152일 만에 대한항공에 이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까지 하역비 지원에 나서면서 한진발(發) 물류대란은 일단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하지만 당장 급한 불을 끄더라도 해운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남긴 상처는 우리 경제 전반에 두고두고 짐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해운업 구조조정에서 불거졌던 쟁점과 향후 과제들을 분석했다.


①물류대란 해소되나=산업은행은 한진해운의 매출채권을 담보로 5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22일 밝혔다. 신규 자금 지원은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에 들어가는 긴급 자금은 총 1,600억원으로 불어나게 됐다.

한진해운은 이 자금을 하역작업이 시급한 싱가포르 및 수에즈·파나마운하 인근 선박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싱가포르에는 한진해운의 미하역 해외 컨테이너선 32척 중 절반가량인 15척이 머물고 있다.

다만 물류난 완전 해소까지는 앞으로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우 ‘스테이오더(선박 압류금지명령)’를 인정하지 않아 공해상에 대기 중인 배들을 국내로 되돌려 와야 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짐을 내리는 데 필요한 비용은 더 불어난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은 한진해운 하역비가 2,700억원에 이른다고 이날 밝혔다.


②구조조정 원칙 공방=한진해운이 파산 위기에 몰리게 된 배경에는 정부의 ‘원칙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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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에 대한 7조원대 혈세 투입이 논란이 되자 정부는 해운업 구조조정에서 ‘자구 없이 혈세 지원 없다’는 새로운 원칙을 정립했고 이를 지켜냈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을 구조조정하면서 ‘대마불사’에 흔들려 결국 국민 세금을 집어넣고 이후 국책은행이 막대한 손실을 뒤집어쓰는 구태를 깼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상선의 경우 이런 원칙이 그런대로 작용해 회생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해운업계의 평가는 다르다. 팔아치울 자산(현대증권)이 있었던 현대상선과 모(母)그룹에서 이미 수조원을 쏟아부었던 한진해운을 수평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집도의’로 나서면서 재무적 관점에서만 구조조정을 진행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수십 척의 선박에 수백만 톤의 짐을 실어나르는 해운업은 그 자체가 ‘살아있는 생물’이라고 할 정도로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하다”며 “산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숫자만 따지다가 결국 국내 1위 선사를 법정관리로 보내 파산 위기까지 떠밀었다”고 지적했다.

지금은 글로벌 해운 시장이 공급 주도 시장이어서 운임이 매우 낮지만 한진해운 청산 이후 운임이 폭등하기 시작하면 결과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같이 나온다.

③한국 해운업 앞날은=한진해운은 청산 또는 회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법원이 존속가치가 높다고 판단하면 극적으로 회생 절차를 밟을 수도 있지만 여전히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나섰다 해도 이 정도 수준의 ‘찔끔 지원’으로는 도저히 회생이 어렵다”며 “청산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만약 한진해운이 파산하면 국내 원양 선사는 사실상 현대상선만 남아 그 위상이 크게 쪼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수출 주도 경제인 우리나라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현대상선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운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우량 자산을 현대상선이 인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며 “해운업을 일종의 위기업종으로 분류해 선박펀드는 물론이고 세제 혜택까지는 주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서일범·한재영기자 squiz@sedaily.com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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