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40여년 떠돌던 '물방울' 작품들 제주 안착...가슴 설레요"

제주도립 김창열 미술관 개관

시기별 대표작 220여점 기증

24일 자신의 이름을 딴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개막식에서 자신의 물방울 작품 앞에 선 김창열 화백 /사진제공=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24일 자신의 이름을 딴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개막식에서 자신의 물방울 작품 앞에 선 김창열 화백 /사진제공=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김창열 화백의 작품 220점을 기증받은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은 국비와 도비 92억월을 들여 2년만인 지난 5월 완공돼 24일 개관했다.  /사진제공=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김창열 화백의 작품 220점을 기증받은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은 국비와 도비 92억월을 들여 2년만인 지난 5월 완공돼 24일 개관했다. /사진제공=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40여 년 넘게 떠돌아 다니면서 살았습니다. 그런 이국생활이 결국 유배생활과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종착지가 있었으면 좋겠다 했는데 제주도에서 받아줬어요. 작품들이 안착할 곳을 찾아서 마음이 설렙니다.”

45년 째 물방울만 그려온 ‘물방울 화가’ 김창열(87) 화백은 평안남도 맹산 태생이지만 ‘제주가 제2의 고향’이라는 얘기를 자주 했다. 월남해 서울대 미대에 입학한 그는 한국전쟁을 겪으며 우여곡절 끝에 제주로 내려와 약 1년 6개월간 머물렀다.


제주시 한림읍 저지리 문화예술인마을 내 들어선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이 지난 24일 개막식과 함께 문을 열었다. 대지 4,990㎡에 지상 1층, 연면적 1,587㎡ 규모로 지어진 건물은 “물방울이란 매개를 통해 곶자왈에 분출한 화산섬을 표현한 것”이라는 게 미술관 측 설명이다.

이날 개막식에 앞서 기자들을 만난 김 화백은 “물방울은 그냥 내가 못나서 계속 그리는 것일 뿐”이라며 “평생 물방울을 그리고도 도가 통하기는커녕 속물의 세계에 살고 있는데, 제주에 이런 미술관을 갖게 된 것은 큰 보상”이라고 말했다. 제주와의 인연에 대해서는 “제주는 추사 김정희 선생이 있던 곳이자 이중섭 화백을 여러 번 뵌 곳으로 그 때의 감동은 이후 계속 영향을 미쳤다”면서 “제주의 풍광은 특히 남프랑스와 비슷하고, 모든 사람들이 미술과 문화를 애정하고 흠모한다는 점이 아주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김창열미술관 건립을 위해 김 화백은 자신의 작품 220여 점을 기증했다. 직접 기증작을 고르는 그를 보며 “가족들이 경악했다”라고 할 정도로 시기별 대표작을 아우르는 수작들이 엄선됐다. 이 중 30여점으로 꾸민 개관전 ‘존재의 흔적들’은 시대별 주요작을 연대기 형식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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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북화가인 이쾌대(1913~1965)에게 그림을 배운 김창열은 1961년 파리비엔날레, 1965년 상파울루비엔날레에 출품했고 1960년대 후반 미국 유학을 거쳐 1969년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했다. 가난 때문에 파리 근교 마구간에 살면서 일명 ‘마구간 화실’에서 작업했는데 이 곳에서 평생의 동반자인 아내 아르틸 질롱과 ‘물방울’을 만났다. 1972년 어느 날, 뒤집어둔 캔버스에 운명처럼 물방울이 튀었고 그 위로 아침 햇살이 찬란하게 쏟아지던 모습이 화가의 눈에 들어왔다. 순간은 영원이 됐다. 물방울을 그린 작품 ‘밤에 생긴 일(Event of Night)’이 그 해 ‘살롱드메’에 입선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1976년 현대화랑에서 연 국내 개인전은 대성공을 거뒀고 지금도 가장 인기 있는 한국화가 중 하나다.

미술관 건립에는 국비와 도비 합쳐 총 92억원이 들었고, 건물은 착공 2년 만인 지난 5월 완공됐다. 개관전은 내년 1월22일까지.

김창열의 1973년작 ‘물방울’ /사진제공=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김창열의 1973년작 ‘물방울’ /사진제공=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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