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장밋빛 전망만…거품 끼는 바이오업계

"유전자치료제 상용화 성큼"

"간염치료제 임상 긍정적"

신약 낙관적 내용만 쏟아져

기업들은 주가 띄우기 골몰

투자정보 왜곡 불신감 초래

2716A17 임상 정보 공개 현황2716A17 임상 정보 공개 현황


“A사의 간염치료제 신약의 임상 3상 시험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B사가 개발 중인 유전자치료제 신약이 식약처로부터 임상 3상 계획을 승인받아 제품 상용화에 한 걸음 가까워졌다”


요즘 바이오 업계에 넘쳐나는 장밋빛 발표 내용이다. 바이오 신약은 하나만 성공해도 수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 업계 초미의 관심사다. 하지만 일반인이 접하는 개발 동향 정보는 이처럼 낙관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신약이 험난한 임상 과정을 거쳐 상용화에 성공하는 경우는 극소수임을 감안하면 투자 정보를 왜곡해 자칫 바이오업계 전반에 대한 불신감을 자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2000년 정보기술(IT)주 버블 붕괴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취약한 신약 개발 공개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크다.

26일 바이오의약 업계에 따르면 현재 보건 당국 차원에서의 임상 정보 공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국립보건연구원 등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식약처는 개별 의약품이 임상 1, 2, 3상 각 단계별로 임상 계획이 승인될 때 공표한다. 여기서 임상 계획이 승인되는 의약품은 기본적으로 임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제품이다. 가령 어떤 의약품이 2상 승인을 받았다면 1상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임상 결과가 잘 안 나온 경우는 따로 발표되지 않는다. 식약처의 이런 공표 방식은 ‘성공한 임상 결과 정보’만 유통되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임상 결과는 상장사의 공시 의무 사항도 아니다.

임상 실패 결과가 식약처에 제대로 보고되는지조차 불투명하다는 비판도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임상 단계별 결과는 종료 보고서를 내야 하지만 실패할 경우 주가 하락을 염려해 보고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종료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데 대한 규제 조항도 ‘해당 임상시험 업무정지’에 불과해 실효성이 떨어진다. 1상이 실패할 경우 해당 업체에서도 임상을 지속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IT버블 붕괴 전철 밟을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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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결과 보고도 의무화

임상 공개 시스템 정비해야



국립보건연구원의 경우 임상시험 등록시스템(CRIS)을 통해 임상 정보를 등록하도록 하고 있지만 보건복지부 지원 임상 연구 외에는 권고 사항에 불과해 등록률이 저조하다. 실제로 국내 기업이 CRIS에 등록한 건수는 2014년 361건으로 미국의 임상시험 등록시스템(clinicaltrials.gov)에 등록된 한국 임상 건수 930건보다도 현저히 적다. 더욱이 CRIS에 공개되는 정보는 대부분 임상 목적, 계획 등이어서 각단계별 임상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는 알기 힘들다. 반면 기업들은 임상 승인을 받거나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올 경우 학회, 기업 설명회(IR) 등을 통해 주가 띄우기나 투자 자금 유치에 여념이 없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주가 왜곡 등 부작용을 방지하고 건전한 바이오 창업 생태계 구축, 기업 옥석 가리기를 위해 현행 임상 정보 공개 시스템이 대폭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업계 최대 이슈 가운데 하나인 임상 결과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다면 시장 기만”이라고 강조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연합(EU)처럼 임상 정보 공개를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실패한 임상 결과도 적시에 공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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