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뇌관문의 수수께끼를 풀다

오랫동안 혈액-뇌 관문(Blood-Brain Barrier)*은 뇌장애 치료약 개발의 장애물이었다. 그러나 마침내 연구자들이 획기적인 방법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지난 수년간 뇌장애 치료약 임상시험에서 벌어진 가장 놀라운 일 중 하나는 치료약이 뇌에 단 한번도 도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제약업체 입장에서 이 문제는 상당한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중추신경계 치료약을 개발하려면 평균 15년의 기간과 15억 달러가 소요된다-돌이켜보면 너무나도 분명한 사실이었다. 치료약의 뇌 도달이 방해 받은 부분적인 이유는 혈액-뇌 관문 blood-brain barrier(일명 BBB) 때문이었다. BBB는 1880년대 그 특성이 밝혀진 무서운 생리적 장벽이다.

혈관들이 ‘폐쇄 연접(tight junction)’ (*역주: 세포 사이에서 작은 분자들까지도 새지 못하도록 물리적인 장벽을 형성하는 결합방식) 으로 연결되어 있고, 수용기관 단백질이 군데군데 박혀있는 혈액-뇌 관문은 통과할 수 없는 장벽이라기보단 관문 역할을 한다. 당이나 아미노산 같은 뇌가 필요한 물질은 통과시키고, 그렇지 않은 물질은 내보내거나 방향을 바꿔 돌려보낸다. 알코올, 니코틴, 그리고 일부 소분자 약 물질은 이 문을 통과할 수 있으나, 화학요법제인 ‘생물제제(biologics)’를 비롯한 기타 획기적인 치료제들은 불가능하다. 캘리포니아 바이오테크 기업 아마젠 ArmaGen의 CEO 제임스 캘러웨이 James Callaway는 “안타깝게도 혈액-뇌 관문 때문에 뇌가 혁신적인 생명공학 기술의 영역에서 사실상 제외됐다”고 말했다.

노화에 따른 신경퇴화로 혈액-뇌 관문에 틈이 생기고 있다고 주장하는 연구자들도 늘고 있다. 외상성 뇌 손상에 시달리는 환자들의 혈액-뇌 관문은 망가진 경우가 많다. 다발성 경화증 환자도 마찬가지다. 알츠하이머 환자도 대다수 사람들보다 혈액-뇌 관문이 더 느슨하다(질병의 원인인지, 결과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환자들의 혈액-뇌 관문에 생기는 틈 때문에, 제약회사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치료제가 뇌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보다 확실한 전략을 찾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알츠하이머와 뇌암 같은 질병들의 치료가 주된 목적이다. 바이오젠 Biogen, 제넨테크 Genentech 같은 바이오테크 기업에선 수십 명의 연구원들이 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얀센 Janssen과 존슨 앤드 존슨 Johnson & Johnson‘s 제약 사업부는 내부의 개발 노력을 강화하기 위해 아마젠을 포함한 여러 회사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모든 회사들의 목표는 혈액-뇌 관문에 있는 수용기에 어떻게든 치료제 분자를 붙여 뇌로 전달하는 것이다(일부 연구의 경우, 상어와 라마의 항체가 성공의 핵심 요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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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펠 뉴로파마 Impel Neuro-Pharma는 혈액-뇌 관문 대신, 코의 연결통로를 통해 뇌에 직접 약을 분사하는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다른 회사들도 레이저, 나노입자, 초음파, 미세기포 등 다양한 방법을 연구 중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혈액-뇌 관문을 통과하거나, 잠깐이나마 그 세포 사이를 비집어 여는 의약품 렉시스캔 Lexiscan의 사용을 승인하기도 했다. 혈액-뇌 관문의 자연스러운 활동을 방해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지만, 이 방법은 종양 공격에 효과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몇 년 후면 뇌로 가는 장벽을 뛰어넘는 생물제제가 승인 받을 날이 올 것이다. 현재 치료물질을 뇌까지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으로 입증된 방법은 1979년 오리건 보건과학대학의 신경종양학자 에드 누웰트 Ed Neuwelt에 의해 개발된 것이다. 그는 혈액-뇌 관문의 세포를 잠시 수축시키는 용액을 환자에게 주사해 약이 통과될 수 있도록 했다. 환자는 일 년에 3일씩 12번 입원을 감수해야 하지만, 이 방법은 효과가 있었다(그가 치료한 450명의 뇌암 환자 중 일부는 치료를 진행한 지 25년이 지났지만 건강하게 살고 있다). 누웰트 또한 주사를 쓰지 않고 혈액-뇌 관문을 우회하는 치료법이 개발되길 바라고 있다. 그는 “내 치료법이 더 이상 쓰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혈액-뇌 관문(BBB): 뇌로 가는 모세혈관 벽은 내피 세포들로 단단히 결합되어 있다. 이를 통해 대부분의 화학 물질이 뇌로 들어갈 수 없게 차단되어 뇌가 보호를 받게 된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By Erika Fry

By Erika F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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