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햄릿의 광기, 분노, 아픔 음악에 녹여냈죠"

10월 내한 음악극 '햄릿'의 마틴 자크 이메일 인터뷰

셰익스피어 명작 '음악'으로 풀어내 19개 노래 작곡-작사 맡아

극 중 해설자로 등장해 특유 창법으로 무대 채워

탄탄한 원작, 새로운 시도에 매료-"내가 햄릿이라면 어땠을까 상상하며 음악에 감정 오롯이 녹여내"

음악극 ‘햄릿’에서 음악 작업을 맡은 영국 컬트밴드 타이거릴리스(Tiger Lillies)의 보컬 마틴 자크./사진=LG아트센터음악극 ‘햄릿’에서 음악 작업을 맡은 영국 컬트밴드 타이거릴리스(Tiger Lillies)의 보컬 마틴 자크./사진=LG아트센터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오랜 시간 수많은 극장에 울려 퍼진 이 대사가 이번엔 좀 색다르게 관객을 찾아온다. 한 인간의 고뇌와 분노, 광기가 한 데 응축된 한마디는 아름답고 비극적인 선율을 타고 무대를 선명하게 물들인다. 영국 컬트 밴드 ‘타이거 릴리스’와 덴마크의 개성 극단 ‘리퍼블리크’가 만든 음악극 ‘햄릿’을 통해서다. 내달 12~14일 짧은 내한을 앞두고 공연의 작사·작곡가이자 배우로 참여한 타이거 릴리스의 보컬 마틴 자크(사진)를 이메일로 먼저 만났다. 마틴은 작품 속 19곡의 음악과 가사를 만들고, 극 중 해설자로 등장해 노래를 부른다.


“셰익스피어 덕분에 꽤 쉬운 작업이었죠.” 거창한 답변을 기대했건만 햄릿의 주옥같은 텍스트를 음악으로 표현해낸 숙제의 주인공은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단어로 된 음악’이라는 평이 있을 만큼 리듬감 충만한 대사(텍스트)가 백미다. 그 대표작 ‘햄릿’을 텍스트가 아닌 음악과 이미지로 풀어낸 음악극 햄릿은 2012년 덴마크 초연 이후 ‘가슴을 후벼 파고, 예리하고, 완벽하다’, ‘완전 새로운 햄릿’이라는 호평을 받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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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극 ‘햄릿’에서 음악 작업을 담당한 영국 컬트밴드 타이거 릴리스(Tiger Lillies)의 보컬 마틴 자크(왼쪽)와 멤버들./사진=LG아트센터음악극 ‘햄릿’에서 음악 작업을 담당한 영국 컬트밴드 타이거 릴리스(Tiger Lillies)의 보컬 마틴 자크(왼쪽)와 멤버들./사진=LG아트센터


‘원작의 감동과 명대사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질문에 마틴은 “만약 내가 햄릿이라면 어땠을지를 상상해보았을 뿐”이라고 말한다. “제가 초점을 맞춘 것은 햄릿과 그의 마음 상태에 관한 것이었어요. 그의 광기, 세상의 불공정함, 용서하지 못하는 무능력함… 햄릿은 많은 의문을 제기해야만 하는 곤란한 처지에 놓여있다는 데서 출발했죠.” 숙부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는 그 숙부와 결혼한 상황. 그 누가 됐더라도 통제할 수 없는 분노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탄탄한 셰익스피어의 텍스트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마틴은 “연출가 마틴 툴리니우스의 제안은 ‘거절하기에는 너무 재미있는 것’이었다”며 “어둡고 고통스러우며 정치·사회적이고 도덕적인 질문을 던지는 원작의 매력에 작업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대사는 섬뜩한 카바레 음악으로 변신했고, 사랑하는 남자에게 아버지를 잃은 여인 오필리어의 심정은 처연한 발라드가 되어 관객의 심연을 파고든다. 마틴이 독학으로 터득한 팔세토(falsetto·가성) 음색도 ‘캐릭터의 광기와 결핍을 드러내며 관객들로 하여금 깊은 감정적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마틴은 “음악과 이미지가 모여 이야기를 전달한다고 생각한다”며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음악에 내 감정을 오롯이 담아내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마틴에게 햄릿은 작품 속 박제된 가상 인물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서 이번 작업이 더 흥미로웠는지도 모르겠다. “부패한 권력, 그 악에 의해 희생된 게 햄릿과 오필리어죠. 햄릿은 과거에서 온 인물이 아닌, 오늘날 이 세계에 존재하는 대상인 것이죠.” 마틴이 써내려간 음악, 그리고 연출가 마틴 툴리니우스가 만들어낸 감각적인 이미지의 만남은 10월 12~14일 LG아트센터 무대 위에 한 편의 강렬한 시처럼 펼쳐진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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