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올 해양플랜트 수주 '제로'…속타는 조선'빅3'

오일메이저들 저유가에 맞춘 설비 발주 재개 소식에

조선업계, 伊 ENI·英 BP 프로젝트 수주에 희망 걸어



국내 조선 ‘빅3(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의 속은 요즘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 조선업계가 글로벌 조선업황 침체를 고려해 올해 수주목표치를 대폭 하향 조정했지만 목표 달성률을 보면 부진을 넘어 참담한 수준이다.

그나마 상선건조 계약은 가뭄에 콩 나듯 간간이 따내 위안이 되지만 해양플랜트 부문의 수주는 올 들어 전혀 없다. 속수무책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값비싼 수업료를 낸 만큼 리스크와 수익성 관리에 중점을 두고 해양플랜트 수주전을 벌이고 있지만 글로벌 유가 하락으로 기존에 발주가 예고된 프로젝트들도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어 수주 낭보를 전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는 최근 저공행진을 하는 국제유가 수준에 맞춰 손익분기점(BEP)을 조정한 오일메이저들이 서서히 발주를 재개한다는 소식에 희망을 걸고 있다. 오일메이저들의 해저유전 개발이 채산성을 갖추려면 유가가 배럴당 50~60달러는 돼야 한다는 게 정설이었지만 최근 40달러 선까지 낮아졌다고 전해진다.

노르웨이 스타토일사(社)가 추진 중인 요한카스트버그 프로젝트가 기존 반잠수식 플랫폼과 파이프라인 방식에서 부유식생산설비(FPSO) 방식으로 전환돼 개발예산이 절반가량으로 대폭 낮아진 게 대표적이다.

상선과 해양플랜트를 막론하고 올해 수주가 전무한 삼성중공업은 이런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6월 스타토일과 맺은 해상플랫폼 2기 건조 계약이 해양플랜트 부문의 마지막 계약이다.

계획대로라면 이 프로젝트는 오는 2018년 말 발주처에 인도된다. 현시점부터 추가 수주가 이뤄지지 않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면 이때부터 삼성중공업 해양플랜트 사업은 ‘개점휴업’ 상태가 된다.

이런 가운데 삼성중공업은 이탈리아 국영 석유회사 ENI가 모잠비크 코랄 가스전 프로젝트에 투입하기 위해 발주한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수주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3조원 규모의 이 해양플랜트 수주전에 프랑스 테크니프, 일본 JGC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세부 사항을 놓고 협상 중”이라면서 “수주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긍정적인 논의가 오가는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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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가 주목하는 또 다른 프로젝트는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멕시코만에서 개발하고 있는 매드독2 프로젝트다.

국내 조선3사 가운데 한 곳의 수주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업계는 반잠수식 원유생산설비 프로젝트인 매드독2 프로젝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0억달러 규모의 매드독2 프로젝트 수주는 올 들어 단 한 건의 해양플랜트도 수주하지 못한 업계에 단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가 ‘크게 덴’ 기억이 있는 해양프로젝트 사업에 이처럼 다시 관심을 보이며 수주전에 적극 뛰어드는 배경은 과거와 달라진 수주 전략이다.

과거 국내 조선업계는 과당경쟁 하에 건조 외에 핵심 기술이 없는 설계 등의 영역까지 일괄수주(턴키)하면서 화를 자초했다. 계약변경과 공기지연 등으로 천문학적 손실을 국내 업체들이 떠안았다.

하지만 업계는 저가로 일단 수주해놓고 보자는 과거 전략에서 탈피해 전략적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아무리 급해도 추후 부담이 될 수 있는 저가 수주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홍성인 박사는 “오일메이저들과 대형 조선소들의 원가절감 노력 덕에 저유가에도 발주재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면서 “국내 조선사들은 플랜트 건조 위주의 계약을 추진하고 입찰시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한다면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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