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金百萬兩, 不如一敎子’
‘황금 백만 냥도 자식 하나 가르침만 못하다’는 명심보감 훈자(訓子)편을 적은 안중근의 옥중 유묵 ‘행서족자’가 나오자 경매 현장은 잠시 숙연해졌다. 약지를 자른 안중근의 왼손 장인이 유독 선명하다는 점, 일제 강점기 뤼순감옥의 경수계장 나카무라(中村)의 가문이 소장했고 지금까지 일본에 있던 것이 이번 경매를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는 점 등이 작품에 의미를 더했다. 경매사가 시작가 2억8,000만원을 외치자 경합에 불이 붙었다. 서면과 현장, 전화응찰까지 경합은 41회나 이어졌다.
지난 28일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사옥에서 열린 경매에서 이 ‘행서족자’는 7억 3,000만원에 낙찰됐다. 그간 거래된 안중근의 글씨 중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케이옥션은 이번 가을경매에서 낙찰률 76%, 낙찰총액 122억원의 성과를 거뒀다. 이날 최고가 낙찰작은 13억원에 팔린 김환기의 ‘새벽(Dawn) #3’. 총 10점이 출품된 김환기의 작품은 8점, 총 28억원어치가 팔렸다. 박서보의 ‘묘법 No.3-75’은 9억원, 박수근 ‘화분의 꽃’은 2억6,000만원, 유영국의 ‘산’은 1억5,000만원, 장욱진의 ‘나무 세 그루’는 1억1,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아갔다.
특히 한국화 및 고미술 부문은 총 62점 중 50점이 낙찰돼 낙찰률 81%, 낙찰총액 26억원을 기록했다. ‘삼국지연의도’가 7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경재 정선의 ‘기려도’는 5,200만원, 석봉 한호의 ‘대자천자문’은 5,000만원에 낙찰돼 분위기를 달궜다. 안중근 외에도 백범 김구의 글씨 ‘아위인인’은 1,000만원으로 시작해 3,100만원에 낙찰됐고, ‘시위인술’도 경합 끝에 1,400만원에 낙찰되는 등 작가의 정신성을 높이 평가한 독립운동가의 글씨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