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사변만어’로 조선 불교 중흥의 불을 당겼는가하면, 그냥 여느 식물의 풀잎에 불과한 차茶를 선禪의 경지로 끌어 올려 우리나라 차의 정통성을 확립하고 차의 시대를 연 사람이 초의선사다.
지금까지 우리는 동시대 인물로서 조선의 최고지성이자 실학의 두 거장인 다산과 추사를 한자리에서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초의를 중심으로 하면 이 모두를 유기적으로 만날 수 있다.
예술의전당(사장 고학찬)은 초의선사(1786~1866) 열반 15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서예사특별전 33’으로 <초의선사草衣禪師 - 바라밀 다波羅蜜 茶>전을 9월 30일부터 11월 6일까지 서울서예박물관 3층 역사 상설실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격변기인 조선말 문화 창조의 전방위 매신저이자 개혁적이고 실천적인 스님 초의의 역할과 존재의의를 지금 다시 생각하게 한다.
다산과 초의 합작 시서화첩인 ‘백운동도?다산도’, 자하의 ‘남다병서’, 경화사족들과의 시회 두루마리인 ‘청량산방시축’, 해거도인에게 올린 ‘동다송’, 추사가 쓴 ‘죽로지실’, 황상의 집을 소치가 그리고 초의가 교정한 ‘일속산방도’ 등의 걸작들은 모두 초의를 중심 매개로 만들어졌다. 이것은 신분질서가 와해되는 조선 말기라 할지라도 그 힘이 여전한 조선사회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번 전시는 바라밀 다(波羅蜜 茶), 즉 선과 다, ‘시서화’가 하나라는 입장에서 초의사상과 문예세계를 교유라는 사회관계망 속에서 유기적으로 조명하고자 하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초의선사 관련 희귀 유물이 대거 공개된다. ‘다산사경첩’(보물1683-1호, 개인 소장), ‘청량산방시축’(개인 소장), ‘관세음보살여의주수’(개인 소장)[첨부1], ‘문수보살도’(범어서성보박물관 소장), ‘선문사변만어’(개인 소장), ‘죽로지실竹爐之室’(호암미술관 소장), ‘단연죽로시옥端硯竹爐詩屋’(영남대박물관 소장), ‘전다삼매煎茶三昧’(남농미술관 소장), ‘초의행草衣行’(개인 소장), ‘여백파서如白坡書’(함평군립미술관 소장) 등과 초의선사 유품으로 ‘흑유黑釉 차 주전자’(개인 소장)와 인장印章, 소장서책 등 초의 관련 걸작 및 희귀유물 70여점이 공개된다.
10월 2일 오후 2시 서울서예박물관 4층 챔프홀에서, 소설가 한승원, 여연스님과 함께하는 <초의 다담茶談>행사도 무료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