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美 경찰 '짜맞추기식' 수사에 억울한 20년 옥살이…170억 원 보상

경찰의 짜맞추기식 수사로 억울하게 20년을 옥살이한 50대 흑인 남성이 170억 원의 보상금을 받았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언론 시카고 트리뷴에 따르면 흑인 남성 로들 샌더스(51)는 1993년 시카고 하이츠 시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몰려 징역 80년형을 받고 20년을 복역하다 재심 끝에 무죄를 인정받고 석방됐다. 이후 샌더스는 지자체를 상대로 피해 보상 소송을 걸어 1,500만 달러(한화 약 170억 원)의 보상금을 받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안은 전날 연방법원 일리노이 북부지원 에이미 세인트 이브 판사에 의해 승인됐다.

사건 당시 갱 조직에 가담하고 있던 샌더스는 경쟁 조직원 1명을 살해하고 1명에게 치명적인 부상을 입힌 총격전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사건의 목격자가 “약 182cm 정도의 키에 마른 체형인 남성이 총격을 주도했다”고 진술했으나, 경찰이 내세운 증인에 의해 그보다 키가 훨씬 작은 샌더스가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재판 6개월 후 샌더스의 가족은 자신을 사건의 진범이라고 밝힌 남성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남성은 “당시 경찰이 나를 이미 다른 사건의 범인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어 나에게 샌더스를 사건의 범인이라고 거짓말하게 시켰다”며 “경찰이 범죄 조직에 속해있는 샌더스를 이 기회에 제거하기 원했다”고 고백했다. 또 재심과정에서 경찰이 샌더스의 사진을 조작해 목격자들에게 보여준 사실도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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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더스는 교도소에 수감된 이후에도 줄곧 무죄를 주장하며 법률 서적을 사들에 혼자 법 공부를 했고, 자력으로 법원에 청원을 넣어 12명의 증인이 교차심문을 받도록 해 재심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샌더스는 현재는 한 법률사무소의 사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샌더스의 변호인은 “샌더스의 대한 유죄 판결은 ‘부패한 사법 시스템의 슬픈 산물’”이라고 비난했다. 또 샌더스는 ‘이번 합의금이 피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빼앗긴 나의 20년은 결코 되찾을 수 없다”며 “그 시간 속에 내가 잃어버린 수많은 것들은 무엇으로도 보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영준인턴기자 gogundam@sedaily.com

김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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