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스마트폰과 TV 등 주력 상품이 저성장 시대에 진입했다고 선언한 가운데 판매관리비와 연구개발비 같은 각종 비용을 계속 줄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3·4분기 어닝쇼크 이후 이 같은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는데 글로벌 경기침체와 후발 주자 추격에 삼성의 허리띠 졸라매기가 더 강화되고 있는 셈이다.
3일 삼성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4분기 매출에서 판매관리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24.5%(12조6,800억원)로 2·4분기에 비해 1.6%포인트나 낮아졌다.
3·4분기 판관비 지출액은 2·4분기와 같지만 매출이 커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판관비를 삭감한 셈이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1·4분기와 2·4분기에 판관비로 쓴 돈이 각각 13조원을 넘었지만 올해는 13조원 이상을 쓴 기간이 한 번도 없다.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판관비로 지출한 금액은 39조3,100억원이지만 올해는 37조5,400억원에 불과하다.
판관비는 인건비를 포함한 각종 비용으로 판관비 비중이 떨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각종 경비와 마케팅 예산, 인건비를 최소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본사 지원인력의 최대 30%를 현업에 배치하고 일부 고참급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유도하고 있다. 조직재편과 소모성 예산도 최대한 감축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판관비 감축은 지난해 3·4분기 스마트폰 쇼크 이후 두드러지고 있다. 4조6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지난해 3·4분기 매출에서 판관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6.7%에 달했지만 지난해 4·4분기 25.8%로 내려온 뒤 이번에 25% 밑으로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연구개발비도 사실상 줄이고 있다. 올 3·4분기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지출비중은 6.6%로 2013년 수준으로 후퇴했다. 지난해의 경우 2·4분기 7.1%를 최고로 올해 1·4분기 7.4%까지 높아졌지만 이후 급격하게 낮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당분간 삼성의 '관리모드'가 계속되면서 사업재편과 구조조정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의 고위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세계 경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우려가 크고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있어 선제적으로 비용을 줄이는 것"이라며 "내년 업무계획에서도 예산은 굉장히 빡빡하게 짜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