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자의눈]캐딜락 타는 제임스 김 한국GM CEO

지난 21일 새벽 한국GM의 최고경영자(CEO)로 첫 출근을 하는 제임스 김 사장의 모습은 조금 생소했다. 자택 앞에서 그를 기다리는 차는 한국GM의 차가 아닌 캐딜락이었다. 캐딜락은 GM의 럭셔리 브랜드지만 국내에서는 한국GM과 별도법인인 GM코리아가 수입 판매하는 ‘수입차’다. 일주일 뒤인 28일 새벽 자택 앞에서 다시 만난 김 사장은 역시 캐딜락을 타고 출근했다. 반면 한국GM에서 준 경차 초록색 신형 스파크는 자택에서 400m 넘게 떨어진 곳에 덩그러니 주차돼 있었다.

자동차 기업의 CEO는 그 회사를 대표하는 차를 탄다. 수만 직원이 심혈을 기울여 연구해 직접 손으로 만든 최고급 세단은 회사의 자존심이고, CEO는 그 자존심을 탄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에쿠스’와 ‘K9’을 이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외국 자본이 투입된 국내 자동차 CEO들도 마찬가지다.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삼성 사장은 ‘SM7’을, 최종식 쌍용차 사장은 ‘체어맨’을 탄다.


김 사장의 전임자였던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회장은 알페온 찬양론자였다. 그도 캐딜락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부평공장에서 직접 생산한 알페온을 타며 스스로 세일즈맨이 됐다. 만나는 사람에게 꼭 한번 타봐야 할 차라고 소개하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부평·군산·창원·보령 등 국내 사업장에서 연 60만대를 생산하는 한국GM을 이끄는 수장은 직원들의 자존심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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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직원들도 요즘 임팔라의 국내 생산을 위해 판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 1만대 이상 팔리면 임팔라의 국내 생산 길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런 마당에 새 CEO인 김 사장은 미국에서 생산된 캐딜락 ‘CTS’와 GM코리아가 수입한 캐딜락의 대형 SUV ‘에스컬레이드’를 타고 있다.

김 사장은 경력 때문에 ‘카 가이(car guy)’가 아닌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가뜩이나 GM 본사는 효율성을 개선하지 않으면 생산기지를 인도로 이전한다고 엄포를 놓고, 그 때마다 직원들은 불안에 떤다.한국GM측은 “김 사장이 캐딜락도 총괄할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강변한다. 맞는 말일 수 있다. 그렇다면 같은 위치에서 알페온을 타며 “생산기지 철수는 없다”고 목놓아 외치던 호샤의 사장은 ‘기인(奇人)’이었단 말인가.

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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