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두테르테 "대통령인 난 서명 안했다"…24년만의 미군 필리핀 재주둔 백지화 거론

미국-필리핀 갈등 '최악'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미군의 필리핀 재주둔을 24년 만에 허용하기로 한 양국 간 방위협력확대협정(EDCA) 백지화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무차별적인 ‘마약과의 전쟁’으로 촉발된 양국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3일 현지 일간 필리핀스타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바콜로드시에서 열린 마스카라 축제 개회식에 참석해 “EDCA는 공식 문서지만 국방장관이 체결했을 뿐 대통령이 서명한 것은 아니다”라며 “내가 (미군에) 필리핀을 떠나라고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EDCA를) 재고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EDCA는 미국에 10년간 필리핀 군사기지 접근권 및 이용권을 허용한 협정으로 베니그노 아키노 전 필리핀 대통령 시절인 지난 2014년 볼테르 가즈민 필리핀 국방장관과 필립 골드버그 주필리핀 미국대사의 서명으로 체결됐다. 이 협정으로 미군은 1992년 철군 이후 24년 만에 필리핀에서 다시 중장기 주둔이 가능해졌으며 필리핀은 남중국해 인근 군사기지 3곳을 포함해 총 5곳의 기지를 미군에 제공하기로 했다. 미군은 필리핀 상원의 1991년 미군 주둔 연장안 부결로 이듬해인 1992년 필리핀에서 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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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법조계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EDCA 철회가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렸다. EDCA는 상원 비준절차를 거치지 않은 단순 행정협정이기 때문에 최고행정권자인 대통령이 이를 백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둘러싼 미국과의 갈등 과정에서 반미감정을 드러냄에 따라 이 협정이 완전히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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