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측이 고(故) 백남기씨 사망진단서를 병사로 기록한 것에 대해 문제없다고 해명했지만 백남기투쟁본부와 유족은 의혹을 제기했다.
백남기투쟁본부와 백씨 유족은 3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씨 수술 당일 주치의인 백선하 교수가 유족에게 수술 경과를 설명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백씨 장녀 백도라지씨는 “아버지가 응급실에 실려 올 당시 신경외과 조모 교수가 CT를 찍는 등 약 2시간 동안 아버지 상태를 체크했다”며 “이후 가족에게 ‘아버지는 뇌출혈이 너무 커서 수술 자체가 불가능하다. 집 근처 요양병원에 모시시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백도라지씨는 “이미 수술 불가 결론이 난 상태였는데 백 교수가 와서 수술을 하겠다 했다”면서 “백 교수는 ‘연명치료를 하다 보면 장기부전으로 돌아가실 것’이라며 실제 벌어진 일을 그때 예상을 다 했음에도 이제 와서 ‘가족이 연명치료를 거부해 병사에 이르렀다’고 하는데 어이없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영상에는 백 교수가 수술을 마친 지난 해 11월 15일 새벽 가족들에게 “응급실에 막 오셨을 때는 뇌뿌리반사나 통증 반응이 전혀 없었는데 오후 10시 이후에 반사·반응이 조금 있어서 수술을 했다”고 설명한 모습도 담겨 있다.
백씨의 사위는 “사망진단서 작성 시 레지던트가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병사요?’라고 물었다”며 “레지던트가 상급자에게 지시를 받는 것 같았다”고 주장했다.
백남기투쟁본부와 유족의 기자회견에 앞서 서울대병원은 3일 오후 백씨 사망진단서 논란과 관련해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사망진단서 내용과 작성 경위 등은 전혀 문제가 없었고, 외압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백씨는 지난 해 11월 14일 오후 심한 ‘머리 손상’(머리뼈 여러 곳 골절과 심한 급성 경막하출혈 등) 상태로 서울대병원에 실려와 응급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하지만 한 번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고, ‘패혈증’, ‘급성신부전’ 등의 합병증을 겪었으며 입원한 지 10개월만인 지난 달 25일 사망했다.
한편 지난 달 30일 서울대 의대 재학생 102명은 성명을 통해 “백씨의 사망진단서는 ‘병사’가 아닌 ‘외인사’로 기록돼야 하는데 병사로 작성한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병원 측에 요구했다. 또 서울대 의대 동문회 365명 역시 1일 “병사로 작성된 백씨의 사망진단서는 통계청과 대한의사협회에서 제시한 원칙에서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국 15개의 의대·의학전문대학원 재학생 809명은 3일 서울대 의대 재학생들의 성명을 지지하고 이에 동참하자는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