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제약업계도 女風 불까

외국계 여성CEO 증가세속

국내기업 보수적 문화 굳건

한미약품 임주현 전무

유한양행 남수연 전무 등

핵심부서 R&D부문 담당

차기 CEO 후보군으로

유리천장 뚫을지 관심



국내 주요 산업 가운데 기업문화가 가장 보수적인 제약업계에도 ‘여풍(女風)’이 불 수 있을까.

최근 영국 최대 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최고경영자(CEO)에 여성인 에마 왐슬리가 내정되면서 국내 제약업계의 여성 CEO 후보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국내 주요 제약사의 전무급 이상 임원 중 여성 인력은 많아 봐야 한 명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제약사의 여성 전문경영인은 유희원 부광약품 대표 외에 찾기 힘들다. 오너 그룹까지 넓혀 보면 김승호 회장의 맏딸인 김은선 보령제약 회장과 고(故) 조동섭 회장의 부인인 이경옥 동구바이오제약 회장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남성 오너다.

지난해 이른바 ‘매출 1조 클럽 트로이카’인 한미약품·유한양행·녹십자의 임원 현황만 봐도 여성들이 설 곳은 많지 않다. 우선 한미약품의 경우 전무급 이상 여성 임원은 인력자원(HR)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임주현 전무 한 명뿐이다. 보스턴 음대 출신인 임 전무는 임성기 한미사이언스 회장의 장녀로 지난 2007년 합류했다. 임 전무는 한미약품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 3.54%를 보유 중이라 언제든 차기 CEO 후보군에 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임 전무의 지분과 임 회장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와의 지분 차이는 0.05%포인트밖에 나지 않는다.


모범적 경영구조로 잘 알려진 유한양행도 전무급 이상 여성 임원은 연세대 의대 출신인 남수연 전무뿐이다. 녹십자 또한 LG생명과학 출신인 지희정 전무 외에는 전무급 이상의 여성 임원을 찾을 수 없으며 동아에스티도 손미원 전무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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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남 전무와 지 전무, 손 전무 모두 최근 제약업계의 핵심부서로 떠오른 연구개발(R&D) 부문을 담당하고 있어 언제든 차기 CEO 후보군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를 비롯해 강수형 동아에스티 사장 등이 연구소장 출신이다. 특히 최근 제약업체들이 영업보다 R&D에 무게를 싣는 체질개선을 시도 중이라 연구소장 출신 여성 임원들의 위상도 상대적으로 높아진 모습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1980년대만 해도 똑똑한 여성들이 약대를 가던 시절이라 여성 임원들의 역량은 남성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다”며 “다만 오너십에 기반한 남성적 문화가 중심인 한국 제약사에서 여성들이 얼마나 ‘유리천장’을 뚫고 성장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제약사의 경우 이미 여성 CEO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김옥연 한국얀센 대표, 배경은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대표, 유수연 멀츠코리아 대표 등 주요 외국계 제약사 대표들은 여성이 많다.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 관계자는 “회원사 40곳 중 12곳의 대표가 여성”이라며 “이들은 모두 실력으로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갔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밝혔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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