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아니면 말고" 과징금 때리고 보는 공정위...부과 취소액 5년간 1조

승소 확신했지만 번번이 패소

국세청 환급 세금도 1년새 1조↑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했다가 취소한 금액이 5년간 1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도 잘못 거뒀다 돌려준 세금이 1년 만에 1조원 급증한 바 있어 정부의 무리한 과징금 부과와 과세가 사회적 비용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공정위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2012년부터 올해 9월까지 공정위가 취소한 과징금은 9,955억원에 달했다. 공정위 취소 과징금은 2012년 357억원, 2013년 28억원 수준이었으나 2014년 2,408억원으로 크게 늘어난 데 이어 2015년 3,853억원, 올해 1~9월 3,309억원으로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 대해 기업 등이 과징금 취소 소송 등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면 공정위는 과징금 액수를 재산정하거나 직권취소한다. 최근 공정위가 대형사건에서 패소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과징금 취소액도 증가했다.


거액의 과징금 취소는 주로 담합에서 나왔다. 올해는 농심과의 라면값 담합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과징금 1,080억원, 지난해에는 SK·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등 정유사 담합 소송에서 져 2,548억원의 과징금을 돌려줬다. 이에 앞서 2014년에는 대법원이 공정위가 생명보험사의 이자율 담합에 매긴 과징금 3,650억원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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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국내 법원이 담합 증가를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선진국과는 달리 지나치게 경직되게 법 적용을 함에 따라 과징금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해외 경쟁 당국은 간접증거로 포착한 담합도 제재하는 반면 국내 사법부는 직접증거로 잡은 담합만 인정하기 때문이다. 농심의 담합 혐의에 대해 국내에서는 공정위가 패소했지만 미국에서는 집단소송이 진행 중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과징금이 취소됐지만 해외에서는 같은 사례가 담합으로 인정받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용진 의원은 “승소를 확신했던 사건조차 법원에서 번번이 패소한다는 게 큰 문제”라며 “핵심사건에 대해서는 확실히 징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세청이 거둔 세금을 납세자가 불복해 되돌려받은 환급금 규모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국세청이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5년 국세청의 과세가 부당하다며 납세자가 행정소송 등을 제기해 되돌려받은 세금은 2조4,989억원으로 2014년에 비해 1조1,238억원(81%)이나 증가했다.

납세자는 잘못된 과세에 대해 일선 세무서나 지방국세청에 심사청구를 제기하거나 국세청(심사청구), 조세심판원(심판청구), 감사원(심사청구)을 통해 취소나 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납세자가 납득하지 못하면 법원의 행정소송 절차를 밟게 된다. 과세 불복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는 많지만 지난해 과세 환급의 84%는 조세심판원 심판청구와 법원 행정소송에서 받아들여졌다. 결국 2~3년간의 시간과 돈을 들여야 잘못 과세한 세금을 되돌려받을 수 있는 셈이다. 박명재 의원은 “과세처분에 대한 불복으로 환급하는 세금이 최근 급격히 증가한 것은 무리한 과세로 인한 결과”라면서 “과세당국의 엄격한 법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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