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9일 광주광역시 서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주민 이모(53·남)씨는 큰 소리로 휴대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 이에 경비원이 “큰 소리로 통화를 하면 다른 주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조용히 통화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격분한 이씨는 “네가 뭔데 하찮은 경비 주제에 이래라 저래라 하느냐? 주민회장에게 이야기해서 너 해고 시키겠다”며 욕설을 하고 경비원의 뺨을 수차례 때렸다. 이씨는 이런 행패로도 부족했는지 경비원의 얼굴을 담뱃불로 지져 2도 화상을 입혔고, 특수상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 같은 ‘갑질’ 불법행위에 대해 이철성 경찰청장이 ‘갑질과의 전쟁’을 선포한 후 경찰이 지난 달 집중 단속을 벌여 갑질 횡포사범을 대거 검거했다.
경찰청은 9월 한 달간 전국적으로 권력·토착형 공직비리, 블랙컨슈머(악성 소비자), 직장·단체 내부 갑질 등 불법행위 집중단속을 벌인 결과 1,289건을 적발하고 1,702명을 검거했으며, 이 가운데 69명을 구속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에 적발된 유형으로는 고객이 종업원 등을 상대로 폭행·상해, 업무방해, 재물손괴, 갈취·협박 등을 저지른 블랙컨슈머가 769건(59%), 사회적 약자에게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가 520건(41%)이었다.
세부적으로는 직장이나 단체 내 횡령이나 폭행 등 불법행위 150건, 임금 착취·하청업체 기술 빼돌리기 등 불공정거래 행위 30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리베이트 수수 19건, 사이비 기자의 갈취 행위 17건 등 다수의 사례가 적발됐다.
또 제자에게 “성적을 제대로 주지 않겠다”며 협박해 3년간 강간을 일삼은 교수나 직장 내 우월 지위를 이용해 성범죄를 저지른 사례도 86건이나 있었다.
갑질 횡포 가해자는 남성이 89.6%로 여성보다 훨씬 많았다. 연령대는 50대가 29.8%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고, 이어 40대 27.2%, 30대 18.3%, 60대 12.1%, 20대 8.8% 등 순이었다.
직업은 무직이 23.4%, 자영업자 19.7%, 회사원 17.5%, 일용직 근로자 6.6%, 교원 2.9%, 공무원 2.1%, 기업 임원 1.7%, 의사 등 전문직 0.9% 순이었다.
피해자 가운데는 학생도 8.2%를 차지했으며, 특히 10∼20대 학생 피해자 150명 중 절반이 넘는 87명이 성범죄 피해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1개월간 특별단속 결과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갑질 횡포 범죄가 사회 전반에 만연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갑질 횡포의 특성인 음성화 현상을 고려할 때 적극적 신고와 제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오는 12월 9일까지 갑질 횡포에 대한 집중 단속을 계속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