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읽는 기업이 강하다] 독서경영도 R&D…독서 인프라 투자 늘려야

<하>독서 친화적 일터 만들자

독서는 개인능력 개발을 넘어

기업의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

독서경영 '투자'차원 접근해야

지역 도서관·출판사 등 지원

정부가 인프라 비용 부담

독서우수직장 인증 확대 필요

지난 2015년 ‘독서경영 우수 직장’으로 인증된 이랜드서비스의 사내도서실 모습. 회사 곳곳에 설치돼 있어 직원들의 책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다만 현재 독서 관련 인프라를 갖고 있는 기업이나 기관은 전체 10곳 중에 1곳 정도에 불과하다. /사진제공=이랜드서비스지난 2015년 ‘독서경영 우수 직장’으로 인증된 이랜드서비스의 사내도서실 모습. 회사 곳곳에 설치돼 있어 직원들의 책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다만 현재 독서 관련 인프라를 갖고 있는 기업이나 기관은 전체 10곳 중에 1곳 정도에 불과하다. /사진제공=이랜드서비스


국내 기업·기관들의 독서경영은 직원들에 대한 ‘복리후생’일까 아니면 기업성장을 위한 ‘연구개발(R&D)’로 봐야 할까. 독서경영의 활성화를 두고 이를 어떻게 인식해야 할 지가 논란이다. 일부에서는 직장인들의 독서를 장려해야 한다면서도 이를 국민적인 ‘책 읽는 문화’ 확산 및 자아실현과 관련된 직원복지 측면에서 설명한다. 하지만 독서경영을 통한 지식의 습득과 축적은 결국 기업의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된다는 이유로 ‘연구개발’로 취급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다. ‘독서경영 우수 직장’ 인증 등 보다 적극적인 독서 친화적 일터 만들기에 개인과 기업·기관, 지역사회,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복리후생 vs 연구개발=독서경영을 복리후생으로 보는 측은 ‘책 읽기’를 직원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즉 독서는 개인의 자아실현이나 능력개발 문제로, 회사가 왈가왈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물론 직원 복지 측면에서 책의 구입과 여유시간 배려 등의 지원은 필요하다. 독서경영의 ‘경영’이라는 표현에 민감한 것은 이것이 직장내 또다른 업무부담으로 가해질 우려 때문이다. 반면 연구개발을 주장하는 입장은 독서경영을 통해 개인의 발전도 있지만 이는 결국 회사측에 더 이익이라는 근거에서다. 구성원의 능력향상이 소통강화와 조직발전으로 이어지고 이는 기업경쟁력을 높인다. 즉 이를 위한 비용을 회사측이 처리하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국내 여건상 이러한 논란은 너무 앞서 간 것일 수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2015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직장내 도서실, 독서활동, 독서프로그램이 전혀없다’라고 대답한 응답자가 89.3%나 됐다. 즉 독서인프라를 조금이라고 가지고 있는 기업·기관은 전체 10곳 중에 1곳에 불과한 셈이다. 특히 ‘직장 내에 도서실이 있거나 도서대출이 가능하다’는 비율은 4.6%, ‘저자초청 강연회를 개최한다’는 1.4%, ‘독서모임이 있다’도 1.4%로 이들은 사실상 존재 자체가 미미했다.


◇개인능력 개발과 기업경쟁력 강화=업계에 따르면 ‘독서경영’이라는 이름의 기업경영 기법이 시도된 것은 우리나라가 사실상 최초다. 서방 선진국에서는 주로 ‘지식경영(knowledge management)’이라는 개념으로 발전했다. 국내에서도 1990년대 말부터 유행한 지식경영은 현재는 정체기다. 쌓아놓기만 할 뿐 소통과 순환이 안되는 지식은 문제가 있다는 한계에서 독서경영이 제기된 것이다. 독서경영은 결국 어떻게 새로운 지식을 공급하고 이것을 조직 내에 순환시켜서 새로운 가치창출로 연결할 것인가를 전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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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개별 직원들에게 책이나 많이 읽도록 한다면 이는 독서캠페인일 뿐”이라며 “독서경영은 단순한 책 읽기가 아니라, 기업 구성원들 전체가 독서를 통해 경험과 지식을 쌓고 토론을 통해 지적 수준을 높인 후 공유된 아이디어가 경영에 접목돼 기업의 가치를 제고하는 작업”이라고 평가했다.

◇독서경영은 ‘투자’라는 인식 필요=의지는 있지만 자원 부족으로 독서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나 기관에 대해 정부와 지역사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도서관이나 서점, 출판 관련 기관, 전문가 단체가 연계된 지역 생태계가 인력파견과 컨설팅, 독서인프라 공유 등을 통해 해당 지역 기업들의 독서경영을 돕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봤다. ‘2015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서도 독서환경 조성을 위해 필요한 정책으로 ‘지역 독서환경 조성’이 32.9%로 가장 많았고 ‘책 읽는 직장 만들기’는 15.4%, ‘독서 치유 프로그램 확대(힐링이나 여가)’가 6.7% 등이 제시됐다.

또 기업활동에 대한 투자로 인식해서 독서경영을 위한 ‘비용’의 일부를 정부가 부담하는 것도 마찬가지 근거에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독서 친화적 기업·기관의 확산을 위해 진행 중인 ‘독서경영 우수 직장 인증제’를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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