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은행들의 금리 정책에 대해 시장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내년부터 금리 상승기가 시작될 경우 변동금리 주담대 대출자의 상환 부담이 급속히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들이 고정금리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 공격적으로 혼합형 주담대를 취급하다가 최근 슬그머니 금리를 올리는 전략을 취하자 결국 소비자보다는 감독 당국만 의식하는 금리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대형 은행들이 최근 혼합형 주담대의 금리를 높이고 변동금리 주담대의 금리를 낮추면서 변동금리 주담대로 고객들을 유도하고 있다. 주요 대형 은행들의 일선 창구에서도 금리가 낮은 변동금리 주담대를 권유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주담대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7월부터 혼합형 주담대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6월 2.69~3.99% 수준까지 떨어졌던 국민은행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9월 말 현재 2.82~4.12%까지 올랐다.
반면 변동금리 주담대의 경우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9월 말 기준 2.57~3.88% 수준의 금리를 보이고 있다. 혼합형 주담대와 변동금리 주담대의 금리 차이가 0.2~0.3%포인트에 달하다 보니 당장 주담대를 받아야 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변동금리 주담대의 메리트가 커진 상황이다.
신한은행 역시 7월부터 혼합형 주담대의 금리를 올린 데 이어 8월에는 혼합형 주담대 판매를 중단했다. 신한은행 측은 혼합형 주담대로의 쏠림 현상이 심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판매를 중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혼합형은 판매를 중단했지만 5년 고정금리를 원하는 고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체 상품을 영업점에서 팔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7월부터 혼합형 주담대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반면 변동금리 주담대 금리는 지속적으로 내려 두 상품 간의 금리 차이를 키우고 있다.
은행들이 이처럼 혼합형 주담대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은 일차적으로 정부가 목표치로 부여한 고정금리 주담대 목표치를 채웠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8월 말 기준 국민은행의 고정금리 주담대 대출 비중은 40.3%, 우리은행은 41.74%다. 신한은행 역시 40%를 넘어서 연말까지 정부가 제시한 할당치 달성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주담대 수요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가운데 대형 은행들이 변동금리 주담대 대출 중심의 영업을 강화할 경우 소비자들이 금리 상승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혼합형 주담대의 경우 5년간 금리가 고정되는 반면 변동금리 주담대 대출은 시장 금리 인상이 바로 반영된다. 미국이 연말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하면서 내년에 금리 인상 가능성은 높아진 상황이다. 대형 은행 관계자는 “혼합형 주담대와 변동금리 주담대의 금리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어 고객들이 변동금리를 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여전히 혼합형 주담대가 안정적이기는 하지만 은행 지점의 경우 본점의 대출 정책 방향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