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이슈&워치]불씨던진 엘리엇...힘받는 삼성 지주사 전환

물산 공격했던 美헤지펀드

이번엔 지배구조개편 요구

삼성에 '명분' 만들어준 셈

1단계로 삼성SDS 분할해

물산·전자와 합병 가능성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삼성 지주사’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낼 것인가.

외국 투기자본이 삼성전자의 지주체제 전환을 요구해 그룹 전체 지배구조 개편이 갑작스레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삼성물산의 합병작업을 훼방 놓았던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이번에는 지주사 전환에 불을 붙이는 ‘불씨’가 됐다.

갤럭시노트7의 리콜 사태로 삼성전자가 위기에 빠진 기막힌 타이밍에 엘리엇이 비집고 들어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가 6일 “엘리엇의 제안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매우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 것처럼 ‘생큐 엘리엇’을 외쳐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엘리엇 계열 투자펀드 블레이크캐피털과 포터캐피털이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전자 이사회에 요구한 사안은 크게 네 가지다. △삼성전자를 상장 지주사와 상장 사업회사로 분리 후 지주사를 삼성물산과 합병 △30조원 현금배당 △삼성전자 사업회사의 미국 나스닥 상장△전자 이사회에 독립이사 3인 추가 등이다. 엘리엇이 보유한 전자 지분은 0.62%로 지난해 물산 지분 7.12%를 취득해 제일모직과 물산의 합병을 저지하려던 것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삼성전자가 이날 “엘리엇의 제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원론적 수준에서 반응한 것도 지분구조상 결정적 영향을 주지 않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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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그들의 행동이 의미를 갖는 것은 ‘전자를 분할해 물산과 합병하라’는 제안이 삼성의 마지막 지배구조 개편에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시장의 눈치를 보던 삼성에 ‘명분’을 줬다는 것이다.

현재 유력한 시나리오는 이 부회장 등 오너 일가 지분이 17.2%인 삼성SDS를 분할, 물산·전자와 각각 합병하는 것이다. 사실상 그룹 지주사인 물산과 전자에 대한 오너의 지배력을 높이는 조치다. 이후 ‘전자를 지주·사업회사로 나눈 뒤 전자 지주회사를 물산과 합친다. 또는 물산 역시 지주·사업 부문으로 나눠 전자와 각각 합병해 전자를 비롯한 삼성 계열사를 지배하는 지주사가 탄생한다’는 그림이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오너 일가와 그룹 전체의 전자 지분율은 현재 18%에서 30~40%까지 올라간다.

엘리엇이 ‘멍석’을 깔아줬지만 삼성이 쉽사리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행 국내 지주법은 일반 지주사의 금융회사 소유를 금지한다. 삼성이 지주사로 전환하려면 생명이 보유한 전자 지분 7.2%를 처분해야 한다. 전자에 대한 그룹 전체의 지배력이 쪼그라드는 셈이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법을 바꿔 중간금융지주회사를 허용하면 지주사 전환이 가능하지만 가능성은 적다”며 “금융과 제조, 각각의 지주체제로 가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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