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고전통해 세상읽기] 만초손겸수익(滿招損謙受益)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오만하면 손해 보지만 겸손하면 이익이 찾아온다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현대사회를 살아가려면 경쟁이 불가피하다. 특히 글로벌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경쟁력은 생존의 중요한 자산이다. 과거에 잘나가던 기업도 신기술과 경영혁신을 바탕으로 도전하는 시대를 견디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가 쉽다. 이렇게 경쟁력이 사회를 운영하는 키워드가 되면서 기업만이 아니라 국가는 ‘국가 경쟁력’을 외치고 개인은 ‘나의 경쟁 상대’를 찾으려고 노력하게 됐다.

이제 기업가만이 아니라 정치 지도자들도 국정 운영과 선거 활동에서 상대에 비해 자신의 경쟁력을 강조하게 됐다. 하지만 요즘 정치 지도자는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기보다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마이너스 경쟁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선거철이 되면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조리 있게 제시하기보다 상대의 확인되지 않은 의혹과 불편한 약점을 캐 자신의 우위를 확보하려고 한다. 즉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 유권자의 지지를 적극적으로 얻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취약점을 들춰내 상대에게 쏠리는 유권자의 지지를 막으려고 애를 쓴다.


황하 문명의 자취를 정리한 ‘서경’을 보면 훌륭한 리더십과 관련된 일화가 나온다. 효자로 이름난 순(舜)이 농부에서 일약 임금으로 발탁된 뒤 묘족(苗族)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순은 우(禹)에게 명령해 묘족을 군사적으로 정벌하게 했다. 우도 병사를 모아놓고 묘족이 남을 업신여기고 오만해 스스로 잘난 체하며 당시 국제적으로 받아들이던 공공선을 위반하고 있다며 출정 정당성을 설파했다.

우는 자신 있게 묘족 정벌에 나섰지만 기대와 달리 묘족은 호락호락하게 무너지지 않았다. 한 달이 넘는 공격에도 묘족은 우의 공격을 효율적으로 잘 막아냈다. 전쟁이 장기전으로 치닫자 새로운 출구 전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순임금의 조정은 여전히 군사적 공격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철군하고 내정을 잘 돌봐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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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익(益)은 우와 달리 묘족의 군사적 정벌보다 내치의 안정이 더 중요하다고 봤다. 내정이 안정돼야 세상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고 그래야만 다른 지역과 나라의 사람들도 살던 곳을 탈출해 새로운 나라로 나서게 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익은 자만의 리더십과 겸손의 리더십을 구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최고라고 오만하게 되면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되는 반면 자신을 낮추고 다른 사람에게 배우려고 하면 이익이 찾아오기 때문이다(만초손겸수익·滿招損謙受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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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시대에 자신이 가진 조그마한 장점이라도 크게 부풀려 홍보해야지 자신을 낮춘다면 누가 알아주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나아가 겸손을 강조하면 오히려 현대사회에서 발전하기보다 퇴보하기 십상이라는 회의를 낳을 수도 있다. 우리는 이제까지 과거의 총선과 대선에서 ‘자신만이 제일 잘났다’는 자랑을 숱하게 들었다. 그 결과 우리는 정치 지도자들이 자랑하던 말대로 좋은 세상에 살고 있는가 질문해보자. 만약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지금 ‘자신만이 제일 잘났다’며 자만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지 의구심을 가져야 한다.

익은 자만의 리더십에 빠져 있던 순에게 지난날의 경험을 일깨워줬다. 순이 임금이 되기 전 부모에게 효도를 극진하게 했지만 부모는 오히려 자식을 해치려고 했다. 당시 순은 부모를 원망하고 자신의 효도를 선전하기보다 오히려 자신이 뭔가 잘못하는 일이 없는가를 돌아봤다. 자신을 받아주지 않던 부모도 잘못을 뉘우치며 순을 효자로 인정하게 됐다. 순은 익의 말을 듣고 다시금 자만의 리더십에서 겸손의 리더십으로 돌아왔다. 그 결과 순은 황하 문명을 일군 영웅 중 한 명이 됐다. 우리나라 정치 지도자들도 세계사에 남을 지도자가 되려면 ‘만초손겸수익’의 역설에 깃든 의미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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