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24·비씨카드)가 7개월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우승 소식을 전하며 부활을 알렸다. 지난 6월부터 7개 대회 연속으로 외국선수에게 우승을 내줬던 한국 선수들은 최근 3개 대회 연속으로 우승을 합작하며 LPGA 투어에 다시 ‘코리안 강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장하나는 9일 대만 타이베이의 미라마르 골프 컨트리클럽(파72)에서 끝난 LPGA 투어 대만 챔피언십에서 4라운드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우승했다.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무려 10타를 줄이는 불꽃타로 6타 차 단독 선두에 등극, 우승을 예약한 장하나는 이날 버디 3개에 보기 2개로 1타를 줄이는데 그쳤지만 시즌 3승이자 통산 3승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펑산산(중국)이 6타를 줄이며 맹추격했지만 1타 모자란 단독 2위에 만족해야 했다. 김효주(21·롯데)는 10언더파 공동 3위, 박희영(29·하나금융그룹)은 9언더파 공동 5위에 올랐다. 강한 비바람 속에 1타 차 우승을 지켜낸 장하나는 마지막 파 퍼트 뒤 가벼운 율동을 선보이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지난해 LPGA 투어에 진출해 준우승만 네 차례 차지하며 만족과 아쉬움이 교차했던 장하나는 올해 두 번째 대회인 2월 코츠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장하나는 그러나 3월 HSBC 챔피언스에서 2승째를 따낸 뒤로는 슬럼프 조짐을 보였다. 첫 승 때 일본 검객을 연상시키는 ‘사무라이 세리머니’로 비판을 받았던 그는 3월 HSBC 대회를 앞두고 일어난 ‘가방 사건’ 때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못 이겨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싱가포르 공항 에스컬레이터에서 장하나의 아버지가 떨어뜨린 가방이 전인지와 부딪혀 부상으로 이어진 이 사건은 해외에서도 화제가 될 정도로 크게 번졌다. 이후 장하나는 얼마간 휴식을 취한 뒤 필드에 복귀했지만 마음의 짐 탓인지 예전 기량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장하나는 그러나 6~7월 국내 2개 대회에서 감각을 다시 끌어올린 뒤 7월 말 메이저대회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공동 5위에 오르며 재기를 예고했다. 호쾌한 드라이버 샷이 트레이드 마크였던 장하나지만 아픔을 겪고 돌아온 뒤로는 장타 욕심 대신 정교한 샷과 노련한 코스 운영을 장착한 모습이었다. 3·4라운드 퍼트 수는 22개, 26개에 불과했다.
올 시즌 3승은 LPGA 투어 한국 선수 가운데 처음. 장하나는 다승 3위로 올라섰다. 세계랭킹 2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이 5승, 세계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4승을 거뒀다. 한국선수들은 전인지(22·하이트진로)의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을 시작으로 지난주 김인경(28·한화)의 베이징 레인우드 클래식 제패, 이번 장하나의 우승까지 3연속으로 정상에 오르며 시즌 9승을 합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