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홍성국 미래에셋대우 사장 돌연 사의.. 떠나는 '30년 대우맨' 미렉시트 전조인가

대우증권 공채 1호 CEO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통합법인 부담 줄인다는 취지지만 내부 파열음 관측도

대우출신 도미노이탈 가능성...중소증권사 영입 눈독

홍성국(왼쪽) 미래에셋대우 사장이 10일 돌연 사표를 내 증권가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지난 4월 서울 종로구 포시즌호텔에서 가진 대우증권 업무보고에 앞서 홍 사장에게 미래에셋그룹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서울경제DB홍성국(왼쪽) 미래에셋대우 사장이 10일 돌연 사표를 내 증권가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지난 4월 서울 종로구 포시즌호텔에서 가진 대우증권 업무보고에 앞서 홍 사장에게 미래에셋그룹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서울경제DB




오는 12월 미래에셋증권(037620)과의 합병을 앞둔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의 수장인 홍성국 사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해 파장이 일고 있다. 대우증권의 첫 공채 출신 사장으로 미래에셋과의 통합 작업을 무리 없이 이끌어온 홍 사장이 미래에셋 배지를 단 지 6개월 만에 갑자기 물러난 것에 대해 증권가는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래·대우의 합병 이후 대우증권맨들의 사령탑 역할을 하던 홍 사장의 돌연 사임이 대우증권 출신 임직원들의 대규모 이탈을 뜻하는 이른바 ‘미렉시트’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홍 사장은 이날 오전 열린 임원회의에서 일신상의 이유로 사직의 뜻을 밝혔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홍 사장이 2주 전에 박현주 회장에게 직접 사임 의사를 밝혔다”며 “박 회장이 홍 사장의 사표를 반려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공식적으로 사표 수리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홍 사장의 사임 의지가 워낙 강해 번복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관측된다. 회사 측은 “양사 통합 작업이 원활히 마무리되고 있는 만큼 새로 출범하는 회사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홍 사장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홍 사장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며 오래전부터 통합법인 출범 즈음 물러나겠다는 뜻을 주변에 간접적으로 전했다고 한다.

관련기사



다만 일각에서는 홍 사장이 통합 법인의 사장단 인사 및 조직개편 등을 둘러싸고 박 회장과 불편했던 게 ‘중도 사임’을 결심한 배경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회장이 홍 사장에게 통합법인의 관리 부문 사장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 대우 사정에 정통한 증권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주 말 열린 사내행사에서 홍 사장 거취 문제를 두고 두 사람이 가벼운(?) 언쟁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홍 사장이 올해까지만 사장을 맡을 것이라고 계속 피력하던 차에 11월 주총을 거쳐 등기이사를 맡으면 “1개월만 있다 나가는 것이 아니냐”며 만류하는 과정에서 박 회장이 역정을 냈다는 후문이다.

앞서 박 회장은 지난 4월15일 경영전략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홍 사장은 나와 생각하는 바도 비슷해 앞으로도 오래 할 것 같다”며 홍 사장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를 보낸 바 있다. 다만 ‘증권 사관학교’로 불릴 정도로 자존심이 센 대우증권 공채 1호 최고경영자(CEO)인 홍 사장, 역시 자기 색깔이 강한 박 회장이 한 배를 탈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증권가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적지 않았다. 홍 사장은 1986년부터 줄곧 30년간 대우증권에서만 근속한 ‘정통 대우맨’으로 2014년 말 대우증권 공채 출신 최초로 사장에 올랐다.

증권가는 홍 사장의 사퇴가 대우증권 출신 임직원의 이탈 도미노로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4월 피인수 이후 첫 본부장급 인사에서 부사장을 포함한 5명의 임원이 옷을 벗었다. 이후 6월에도 대우증권에서 수십년간 채권전문가로 일해온 오종현 전무가 한국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근에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미래에셋대우 차장·부장급 직원들에게 영입 제안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미래에셋대우 내부에서는 ‘미렉시트’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김현상·유주희·박시진기자 kim0123@sedaily.com

김현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