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인 치매는 5년 내에 정복 가능할까.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이 지난달 28일 한 강연에서 “치매의 주원인인 알츠하이머병의 치료 대안이 항체의약품인데 오는 2020년께 신약이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힘에 따라 알츠하이머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어렵긴 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인다. 세계 유수 제약사들의 연구가 지속돼 조금씩 희망의 빛이 보이는 까닭이다.
1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현재 시판 중인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이 복용 중인 것으로 잘 알려진 에자이의 아리셉트를 비롯해 노바티스의 엑셀론, 얀센의 레미닐, 룬드백의 에빅사 등 4개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지난 2003년 에빅사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마지막으로 지난 13년간 미국과 유럽에서 신규 치료제에 대한 승인 및 출시 사례가 전무하다. 이들 약품 또한 근본적인 치료보다는 속도를 늦추는 정도의 효능만 갖고 있는 것이 한계로 꼽힌다. 전체 치매 환자 5명 중 4명이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고 2050년에는 전 세계 치매 환자 수가 1억3,546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세계 정상급 제약사들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치료제 아리셉트의 개발사인 일본의 에자이는 2020년 시판을 목표로 미국 바이오젠아이덱과 신규 알츠하이머 치료제 공동개발 작업을 진행 중이다. 미국의 제약회사 일라이릴리도 2014년 9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함께 치료제 개발에 착수했다. 스위스 제약업체 로슈는 2014년 말 알츠하이머 관련 임상을 중단했다가 지난해 투여량을 조정해 3상 임상을 재개했다. 특히 항체를 활용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임상의 경우 올 1·4분기 기준으로 로슈·바이오젠아이덱·일라이릴리 등에서 총 9개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알츠하이머의 경우 뇌에서 과도하게 만들어진 단백질 성분인 베타 아밀로이드가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면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개발이 진행 중인 제품들은 베타 아밀로이드 생성 효소를 억제하거나 항체를 생성해 직접 공격하는 방식으로 개발 성공 시 기존제품보다 월등한 효과를 자랑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는 줄기세포나 천연물 신약 등을 활용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관련 임상이 진행 중이다. 최근 3년간 식약처 임상 승인 결과를 보면 일동제약·차바이오텍·대화제약 등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동아쏘시오홀딩스는 2013년 국내 최초로 치매 전문 연구센터를 개설하는 등 국내 업체들도 잰걸음을 하고 있다.
다만 알츠하이머 신약과 관련한 장밋빛 전망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화이자만 하더라도 2010년 3년 내에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이 가능하다고 자신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다”며 “힐러리 클린턴 미국 대선 후보가 2025년까지 매년 20억달러씩 알츠하이머 관련 연구에 투자하겠다고 밝힐 정도로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